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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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부흥한 심령주의와 이에 대한 탐정 수사를 마술사와 엮어 풀어내었다.

심령주의를 부흥시킨 폭스 자매와 이를 수사하는 핑커턴 탐정 회사는 실존했다.

작가는 초보 아마추어 마술사인 제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심령주의를 파고든다.

19세기의 현실 속에서 이 수사는 매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심령술의 비밀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핑커턴 탐정 회사의 로버트가 제니를 선발해 심령술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시대는 19세기이고, 여성이 잠입 수사하는 것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다.

그녀가 선발되어 파헤치고자 한 것은 심령술 도중에 나오는 ‘딱’ 소리의 비밀이다.

마술의 트릭 같은 장치가 있는지, 다른 누가 이 소리를 내는지.


거리의 마술사 제니는 아버지가 남긴 마술책 <마술의 길>을 독학했다.

1888년 뉴욕의 거리 한 곳에서 마술 쇼를 하던 그녀를 한 인물이 거액의 보수로 유혹한다.

그는 한 유명한 마술사의 마술 쇼에 그녀를 데리고 가 트릭의 비밀을 아는 지 묻는다.

그녀는 트릭의 비밀을 알고, 이것을 설명한다. 1차 시험 통과다.

그는 핑커턴 탐정 회사의 대표 중 한 명인 로버트다.

그는 폭스 자매가 보여주는 심령주의 수법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녀에게 잠입할 여성의 위조 신분 정보를 주고, 핑커턴 사무소의 지침도 한 부 준다.

하지만 그녀는 심령회에서 그 어떤 트릭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형 로버트와 대립하는 동생 윌리엄의 방해 공작이다.


그녀의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 수사가 그녀를 자극한다.

그녀는 첫 시도에서 둘째 마거릿의 신뢰를 어느 정도 얻은 상태였다.

이제 마거릿에게 다가갈 기회를 놓친 그녀는 셋째 케이트에게 시선이 간다.

케이트는 현재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제니는 자매의 오빠집에서 단서를 얻는다.

늙은 부부가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두 번째 위장 신분을 만들고, 케이트에게 다가간다.

이 잠입에는 로버트의 지원이 있는데 그는 도박판에서 큰돈을 잃고 실수한다.

가장 큰 실수는 현실 파악의 실패로 가장 소중한 물건을 잃는 것이다.

이때 그를 도와주는 인물이 제니다.


제니의 수사는 역시 그녀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케이트는 심령주의 부흥의 주인공이지만 숨어 지내는 신세다.

왜 이런 삶이 되었는지 작가는 조금씩 자매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리고 상황은 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의 재밌는 설정 중 하나가 실패와 도전이다.

‘딱’ 소리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곳은 심령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교회 집단이다.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이 비밀을 파헤쳐 달라고 의뢰했다.

물론 핑커턴 탐정 회사는 이 사실을 처음부터 숨기고 있었다.

교회가 거액을 내건 것을 보면 이 시절 심령주의가 얼마나 유행이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 중 상당수가 영매에 빠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매의 활약을 화려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 장면을 연출한다.

영매를 통해 자신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유명한 영매를 만난 상담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아니 많다.

교회와 알력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멀리서 보면 서로 닮은 꼴처럼 보인다.

여기에 마술이 더해지고, 역사의 한 순간이 엮이면서 이야기는 확장된다.

현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등장인물들은 성장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약간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도약의 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실존 인물과 실존했던 회사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필요에 의해 사실을 살짝 뒤틀었다.

이 소설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각 장 앞에 나오는 책들의 내용이다.

제니 아버지의 <마술의 길>, 앨런 핑커턴이 남긴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짐서> 등이다.

<임무 지시서>와 <위조 신분 설명서>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들은 과거의 유물이고, 등장인물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니가 선택된 진짜 이유가 나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흔하게 보는 잠입 수사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부족하고, 통쾌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매력적인 캐릭터, 장면에 대한 훌륭한 표현과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성장은 나의 시선을 계속 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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