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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ㅣ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쿤룬 3부곡 중 2번째 소설이다.
첫 번째 소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는 아직 읽지 못했다.
이번에 읽은 후 이 시리즈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일단 출간된 것부터 읽고 싶다.
1편과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독립적인 소설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첫 문장의 강렬함은 그 소녀의 즉각적인 각성과 폭력을 연상하게 했다.
하지만 작가는 거리를 둔 채 천천히 소녀의 변화를 그려낸다.
장페이야는 아버지가 죽은 후 둘째 고모집에서 산다.
고모의 적대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과 고모부의 음흉한 손길과 눈길을 겨우 견뎌낸다.
전학한 학교도 이전 학교와 달리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그녀를 괴롭히는 여학생은 이름보다 구이메이란 별명으로 계속 불린다.
구이메이가 불러 간 곳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다. 이에 반격하지만 중과부족이다.
상처 입은 몸과 찢어진 옷을 입고 집으로 가다가 편의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알바생 촨환을 처음 만난다. 이 만남이 다시 되면서 중요해진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불안으로 가득하다.
고모의 언어 폭력과 고모부의 음침한 손길이 주요한 원인이다.
집마저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자 찾아간 곳이 바로 촨환이 근무하는 편의점이다.
그는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술 취한 여성 손님이 와서 난장을 부리지만 그는 차분하게 대응한다.
그가 페이야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은 그녀의 상태가 그때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페이야는 우연히 촨환이 ‘사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뭐지?
그리고 이 편의점은 어느 순간 그녀가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촨환의 친구였던 구이거와 페이야를 괴롭혔던 구이메이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작가는 여기서 촨환의 과거를 풀어놓고, ‘사자’의 정체를 분명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다른 삼부곡과 공유하는 세계로 다크웹 ‘잭’이 나온다.
아주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영상들이 가득한 다크웹이다.
이 다크웹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람들을 ‘잭’이라고 부른다.
이런 잭들을 찾아서 청소하는 이야기가 전편인 듯하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잭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나온다. 처음엔 촨환으로 착각했다.
그가 한 여자를 납치해 고문하고 절단하고 살인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아주 잔인하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역겨움을 느꼈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페이야와 촨환의 사이가 점점 친밀해진다.
하지만 이 친밀함이 촨환을 이용하려는 구이거에게 좋은 먹이감이다.
이제 겨우 중3인 구이메이는 구이거가 주는 마약에 중독되었고, 그와 닮은 꼴이다.
페이야를 괴롭히고, 촨환을 이용할 계획이 살짝 틀어지는 것도 서로의 욕심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욕심이 페이야와 촨환 사이에 오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살짝 페이야를 조정하려는 사람이 한 명 끼어든다. 닥터 야오란 정신과 의사다.
그녀의 실체가 드러날 때 전편이 더 궁금해졌다. 알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더욱 잔혹해지고, 속도는 더 빨라진다.
정신이 완전히 망가진 소녀와 그녀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촨환의 엇갈림이 더 심해진다.
한 소녀가 죽기 직전까지 갔던 학교 폭력은 학교 등에 의해 자살로 왜곡된다.
이런 부당하고 뒤틀리고 자기 보신과 욕망이 휘둘리는 선생들이 그녀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녀가 망가진 상황은 복합적이고, 은밀하게 유도된 계획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는 설계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녀는 어디까지 나아갈까?
작가는 현실의 한 모습을 극단적 설정으로 몰아가고, 폭발 시킨다.
페이야의 폭주에 대한 반응은 독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다.
통쾌하지만 잔혹하고, 약간의 씁쓸함과 찜찜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