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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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시리즈 세 권째 읽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해 네오픽션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다.

“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란 문장으로 나를 유혹했다.

이 의문의 사고는 누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왜 그 놈을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개로 가득하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아주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솔직히 말해 이 문장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무협 속 살수들을 통해 늘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통 사람이 이 문장을 쓴다면 어떨까?

그 인내심은 어떤 것이고, 얼마나 긴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인공 강라경은 자신의 엄마를 자살하게 만든 이기섭을 살인 청부한다.

물론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말이다.

자신이 의뢰한대로 살인이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지만 착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기백이 죽은 것은 확실하지만 뺑소니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들이 그녀를 찾아와 알리바이 등을 확인한다.


강라경은 초등학생 때 엄마가 이기백에게 폭행당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봤다.

이 트라우마는 정신병원을 전전하게 만든다.

이런 그녀 곁에 할머니마저 없었다면 그녀의 삶도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

딸을 먼저 보낸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십자수를 놓는 것이다.

라경은 할머니의 십자수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이 십자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부분까지 가기 전 그녀의 청부 살인과 이기백의 악행이 천천히 하나씩 풀려나온다.

그리고 남성들의 성 폭행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읽으면서 그 추악한 이야기에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현실이란 벽 때문이다.


형사들은 이 사건의 주변부를 맴돌면서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누가 시켰는지 안다고 해도 청부살인자를 찾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이 소설 속 청부살인업자 ‘연’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고, 그 실체도 사람들은 모른다.

재밌는 것은 라경의 의뢰가 실패했다고 청부금액의 90%를 돌려주고 라경의 주변을 맴돈다.

라경이 근무하는 학원의 인기 강사가 한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나온다.

라경의 기억과 연결되면서 정석 방식으로 사건을 신고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나긴 싸움을 피하고 합의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이 강사가 사람을 부려 라경의 삶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형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기백의 과거사가 하나씩 밝혀진다.

언론과 대중은 순간의 호기심만 충족하면 되기에 쉽게 관련자를 욕한다.

새로운 사실이 나오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진다.

누가, 왜 죽인 것일까? 단순히 뺑소니일까? 아니면 그의 아내가 죽인 것일까?

죽기 전 아내도 그의 폭력 아래에서 치를 떨었다.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아깝다.

할머니의 죽음, 우연히 발견된 수많은 사진들. 그녀를 둘러싼 이상한 일들.

그 무엇보다 정체가 수상한 연의 존재까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제목 ‘그렇게 할 수밖에’의 의미에 고개를 끄덕인다.

뛰어난 가독성과 현실을 가져와 풀어낸 이야기가 재밌다. 기억해야 할 작가가 또 한 명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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