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이한 캐릭터고, 재밌다.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아주 특이한 캐릭터다. 탐정 역할을 하지만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다.

안락의자 탐정을 생각하면 이런 탐정도 가능하지만 주인공 후지무라 미사토는 대학생이다.

법대생이고,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생활이 쉽지 않다.

소심 끝판왕인 그는 누구에게 말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첫 에피소드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 소개를 하기 전까지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처음에 그의 심리에 공감을 하다 가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나의 소심함은 비교 불가라고 느낀다.

이런 극단적인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명석한 추리를 하는데 문제없다.

작가가 풀어내는 후지무라 미사토의 소심함은 읽다 보면 지칠 정도다.

그 정도까지 생각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일정 부분 공감하는 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그가 사건을 마주하고, 추리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을 보면 재밌다.

나중에 입학 전 친구 사토나카가 자신에게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말할 때 놀란다.

아니 놀랄 수밖에 없다. 사토나카가 얼마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지 생각하면 말이다.

소설에서 몇몇이 자신도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재밌는 표현이다.

실제 읽다가 보면 미사토 정도의 대인기피증을 가진 친구가 한 명 나온다. 그녀는 진짜다.

다섯 에피소드가 나온다. 앞의 두 편은 일상 미스터리의 소소한 이야기다.

강당에 놓여 있는 고급 우산의 주인을 추리하는데 그 소심함에 놀라면서 ‘그렇게까지’라는 감정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그의 놀라운 추리력에 감탄하는 교수와 동기가 나온다.

그 중 동기는 다른 에피소드에 계속 등장한다. 뛰어난 기억력과 엄청난 미모를 가진 대식가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소문과 트릭 아닌 트릭이 나오는데 트릭 자체보다 등장인물들이 중요하다.

사토나카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이 등장해 미사토와 거리가 가까워진다.

물론 여전히 미사토는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도 직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노래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대인기피증을 가진 그가 노래방에 가서 고민하고, 계산하고, 어떻게든 피하려는 모습이 재밌다.

낯선 사람과 함께 갔을 때 우리가 하는 행동 중 일부가 살짝 보인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다.

사건은 술에 약한 미하루가 취해 쓰러진 것이다. 누가 그녀에게 술을 먹였을까?

이 상황을 복기하고, 그 사이에 끼어든 악의와 우연 등을 풀어낸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과연 미사토의 추리 너머 다른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노래방에서 가곡을 엄청난 성량으로 노래하는 미하루를 보면서 이 여자 뭐야? 하는 생각이 든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축제에서 소매치기당한 후 범인을 잡는 사건이다.

미녀인 미하루와 미나키와 가까워지고 싶은 남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당연히 이 남자들은 미사토의 친구가 아니다. 사토나카를 통해 들어온 소개다.

그런데 미하루는 축제 음식에 정신을 잃었고, 미나키는 심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

지갑을 잃은 친구와 그 지갑을 훔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축제의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떤 외모와 옷을 입었는지는 알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여기서 다시 미하루의 엄청난 외침이 터진다.

소매치기가 있다는 사실과 범인이 이 군중 속에 있다고 외친다. 그런데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이 없다.

더 이상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게 하고,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미사토가 왜 이런 심한 대인기피증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그전에 친구들의 동행 속에서 나누어진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대인기피증을 가진 미사토이기에 더 자세하게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무리 중 한 명이 도둑으로 몰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수많은 문제가 나온다.

차별과 왕따와 도난 등이다. 처음에는 작은 사건이었는데 우리의 명탐정 미사토가 수사 과정에 알아챈다.

가장 많은 분량이고, 가장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다.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독특한 심리 묘사가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