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관K : 미래범죄 수사일지
소현수 지음, 이미솔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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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이력을 가진 소설이다. 2021년 3부작으로 EBS 공상 토크쇼 ‘공상가들’을 소설화한 것이다.

이 ‘공상가들’은 이미솔 피디가 기획했고, 소현수 작가가 원고를 썼다. 이미솔 피디 이름이 올라간 이유다.

작가는 방송 원고를 쓸 때 소설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었고, 줄기가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탄탄한 구성과 전개를 보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보통의 청소년 소설이 구성이나 문자에 조금 덜 신경 쓰는 것과 비교되었다.

사건분석관이란 캐릭터와 악당 역할을 하는 소년 범죄자의 대결 구도도 단순하지만 재밌다


2094년이란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구의 마지막 전쟁으로 인구 절반이 사라지고, 그 직후 대지진으로 또 그 절반이 사라졌다.

이보다 더 문제는 삶의 터전 대부분이 파괴된 것이다.

이런 암담한 현실을 구원한 것은 과학 기술이다. 거대 도시를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된다.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거대도시는 수천 만에서 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과학이 인류 멸종의 위기를 구했지만 범죄까지는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발생률이 아주 낮다고 전제하고, 안드로이드 경찰이 존재하면서 치안을 담당한다.

특수 강도나 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담당하는 직책이 별개로 존재하는 데 바로 사건분석관이다.


사건분석관은 각각의 담당 구역이 있다. 코드네임이 K라 사건분석관K로 불린다.

일반인들에게 K는 뱀파이어로 불린다. 그들의 특별한 신체가 그런 이미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업로딩이다. 인공 두뇌에 의식을 이전해 영원히 살 수 있다.

물론 인공 두뇌가 완전히 파괴되면 죽는다.  이 설정을 보고 <공각기동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첫 에피소드 <2094 연쇄살인 사건>은 인공 두뇌를 가진 더미 인간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누가, 왜 이런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것일까? 솔직히 이 설정은 쉽게 범인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화성 폭동 사건>은 사건분석관K의 숙적 아서와 프리드리히가 처음 만난 사건을 보여준다.

아직 십대 초반의 소년이 인간의 의식을 업로딩하는 곳을 해킹해서 죽게 만든 사건이다.

인간이 더미 인간이 되어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반발로 포장했는데 실제 내용은 그냥 재미다.

강력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인데 아주 뛰어난 해킹 실력과 말솜씨로 상대로 이리저리 농락한다.

이 소년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건을 불러오는데 이것들은 다른 에피소드에 녹아 있다.

이 이야기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 중 하나는 화성을 감옥으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보낸 것이다.

과거 영국이 호주에 범죄자들을 보낸 역사가 겹쳐졌다.


<안드로이드 해방 전선>은 이 세계에서 안드로이드 해킹은 불가능하다는 가설을 깨트린다.

완벽한 보안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 서로가 막고 뚫는 싸움의 연속일 뿐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본과 반려 안드로이드로 갈라진 후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저렴하고 같은 외모의 남녀 안드로이드를 양산해서 판매하는 회사와 이 안드로이드에 마음이 빼앗긴 사람.

그리고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화성의 특별 감옥에서 탈출한 최악의 소년.

이 이야기는 소년이 사건분석관K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하다.

“분석관님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이 사건분석관K를 혼란에 빠트린다.


<리플레이 살인 사건>은 사건분석관D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다.

더미 인간들은 더미 블루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사건분석관들도 마찬가지다.

더미 블루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도 있다. 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K는 권투를 연습한다.

그의 특별한 신체 기능은 사실 이런 연습이 없어도 일반 사람이나 보통의 안드로이드가 당할 수 없다.

이 사건분석관의 능력 중 하나를 보여주는 장면이 싸움과 D가 맨손으로 빌딩을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분석관들이 특정 게임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경험하는 일은 다른 것이다.

사건분석관D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려는 경찰 수뇌부의 모습도 낯익다.

그리고 D가 남긴 말의 의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가 나와 풀어주어야 할 것들이 많다.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고, 장편으로 전자책만 나온 <괴물>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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