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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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2022년 신작이다. 아직 읽지 않은 기타기타 시리즈 중 신작이다.

현재 기타기타 시리즈는 두 권 나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전편을 읽지 않아 의문이 생기는 대목도 있고, 살짝 풀어놓은 이야기에 혹한 부분도 있다.

문고상 기타이치의 활약과 정체가 불명확한 기타지의 존재는 책을 다 덮은 지금 여운으로 남았다.

일본 시대극이다 보니 그 시대의 의상과 문화와 계급 등에 대한 설명이나 주석이 상당히 많다.

덕분에 속도를 내다 잠시 늦추고, 다시 속도를 올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중반 이후는 나름 요령이 생겨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밌다.


모두 3화로 구성되어 있다. 요 앞에 읽은 <인내상자> 덕분에 세 편의 중편 소설집으로 생각했다.

1화 ‘아기를 부르는 그림’을 다 읽을 때까지도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2화와 3화가 이어지면 이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생각하지 못한 구성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문고상 기타이치다. 소설을 읽으면 문고상이 어떤 직업인지 잘 몰랐다.

편집자 후기를 읽은 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방대한 미야베 월드에 대한 편집자의 해설을 보면서 잠시 고개를 끄덕인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고, 조금 정리해서 언젠가 도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이어진다.

이전 시리즈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번 편집자 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번 이야기는 한 편의 장편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론 1화만 놓고 보면 독립적인 단편 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 이야기가 이어진다.

기타이치라는 평범한 인물을 내세워 그 시대의 풍경과 삶 등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다른 시대극에서 큰 활약을 한 모양이다.

편집자 후기만 거의 40여쪽에 달해 그 방대한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이 시리즈들을 읽다 보면 이 후기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보선 그림과 등을 돌린 변재천 님이 엮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상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림이 아기를 부른다고 했다가 그림이 아기의 죽음을 데리고 온다고 한 부분은 감정적이다.

이성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가 사람이기에 상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기타이치가 임신을 불러오는 그림으로 문고본을 만들려고 했을 때 반대한 이유도 이것이다.

임신을 한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기가 죽으면 복이 화로 변한다.

기타지가 주은 그림과 영험하다고 한 그림이 대비된다. 인간의 욕망이 다른 해석을 불러온다.

마지막에 진상에 도달한 결론은 씁쓸하다.


2화와 3화는 바로 이어져 있다. 2화의 소제목이 <짱구머리 속에 든 것>이다.

짱구가 다른 시리즈에 등장했다고 한다. 편집자 후기에 의하면 기타기타 시리즈에서도 한몫 할 것 같다.

이번 사건은 모모이 도시락 가게의 일가족이 독으로 죽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쉽게 판단하면 일가족 자살이지만 검시관 구리야마에 의하면 타살의 가능성이 더 높다.

작가는 법의학 상식을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몇몇 묘사가 닮았다.

사건 현장에 다른 신발을 신게 하거나 머리를 묶거나 족흔을 기록하거나 등.

누가 먼저 죽었는지도 밝혀 내는데 이 부분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물론 나중에 어떤 식으로 사람을 독살하게 되었는지 기타지의 가설이 나오는데 섬뜩하다.


이번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구시대의 범죄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증거나 상황에 대한 수사보다 고문에 의한 자백을 우선하는 사회의 문제를 직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자백이 아니라 ‘고문’에 의한 자백이다.

당연히 그 자백은 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증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히 주장한다.

모모이 가족 살인 사건도 유력한 용의자가 잡은 후 고문했고, 자백을 얻어내었다.

하지만 잔혹한 고문 때문에 죽었다. 법적으로는 사건이 해결되었다.

이런 사건을 누군가가 다시 파헤친다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묘한 문제들이 나온다.

결국 진실은 기타이치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관찰로 단서를 찾아낸다.

언제나처럼 일본 시대극은 초반 진입이 어렵다. 중반 이후는 역시 미미 여사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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