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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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다.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의 아집을 깨트린다.

두 개의 이야기를 엮어 놓고, 그 중 하나를 기둥으로 삼아 풀어간다.

하나의 이야기는 변호사 판옌중의 친구 아들이 저지른 미성년 성매매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판옌중의 아내 우신핑의 실종을 뒤좇으면서 알게 되는 과거 이야기다.

첫 사건은 만 18세가 되지 않은 남자가 가출한 16세 미만의 여성을 재워주고, 섹스를 한 것이 문제다.

여자에게 돈을 주면서 성매매를 한 것이 되는데 만약 돈을 주지 않고 섹스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딸의 이런 사실을 안 엄마는 남자 집에 연락해 합의금을 타내는데 열중한다.

합의금을 높여 사건이 잘 해결된 것 같은데 아들은 아직 그 여자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판옌중은 한 번 이혼한 적이 있다. 이혼한 아내는 예뻤고, 부잣집 딸이었다.

딸 하나를 두고 힘들게 살다가 그녀와 헤어졌다. 아내를 때렸다는 소문이 언론에 알려졌다.

그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한 번 남겨진 기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내 우신핑이 사라졌을 때 이 기록은 그에 대한 의심을 강하게 키운다.

우신핑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밝혀지는 이 두 부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녀가 매달 하루 휴가를 낸다는 사실도 남편은 처음 알았다.

학원 사람들은 그녀가 결혼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호기심 많은 사람은 괜히 이상한 것을 의심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면서 다른 사람의 흠을 찾아 스스로 위안을 느낀다.


판옌중은 아내 우신핑의 부모가 모두 죽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엄마가 학원에 나타났었다.

장모의 전화 번호를 받아 연락했을 때 듣게 되는 이야기는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장모의 집을 찾아가서 그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오빠도 만난다. 정말 막장 집안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소문을 알게 된다. 고등학생 때 남자에게 강간당해 고소했다는 이야기다.

남편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에겐 큰 충격이다.

아내의 흔적을 쫓고, 그녀를 찾는 사람을 만난다. 한때 함께 살았던 오드리다.

이야기의 화자가 이렇게 한 명 늘어난다. 그 사이에 슬며시 한 여성의 과거사가 끼어든다.

처음에는 우신핑의 이야기인가 생각했지만 자꾸 읽다 보니 다른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다.


현실에서 판옌중이 열심히 아내의 흔적을 뒤쫓는다.

아내의 실종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이것을 의심하는 오드리 같은 사람이 나온다.

오드리의 의심은 정당하다. 아내가 사라졌는데 왜 실종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가 아내를 죽이고 실종된 것처럼 연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을 숨겨진 화자의 이야기 비중이 높아진다,

출생의 비밀, 뒤틀린 가족 구성원들, 증오와 사랑, 진한 어둠.

읽으면서 의심을 품었던 부분이 뒤에 사실로 판명되고, 이 사실은 파멸의 시작이 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하나씩 반전처럼 펼쳐지고, 최악은 마지막 문장으로 나타난다.


우신핑에 대한 소문과 사실은 뒤섞여 있다.

자신이 성폭력의 희생자라고 말하고 오드리 등과 함께 머물면서 위안을 얻었다.

그녀의 존재가 다른 친구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는데 그녀가 바란 행복을 준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오드리의 과거가 하나 끼어든다. 그녀를 도와준 학교 선생의 성적 행동이다.

선생이 그녀에게 저지른 행동과 그녀가 선생에 대해 품고 있던 마음이 혼란 속에서 펼쳐진다.

이 소설의 대단한 점은 피해자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감정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고 한 오드리가 결국 깨달은 것도 이 감정이다. 인정이다.

천천히 이야기의 탑을 쌓아가면서 마지막에 급박하게 풀어내는 데 예상외의 장면에서 많이 놀란다.

작가 후기 등에서 던지는 질문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갑자기 수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낸다. 정말 많은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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