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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나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6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평점 :
민음사 셰계문학전집 396권이다.
보통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이란 긴 이름보다 E.T.A. 호프만으로 표기한다.
같은 제목의 다른 번역본이 세 종 있는데 표제작만 같거나 표제작만 있고 다른 단편을 실고 있다.
<모래남자> 제목으로 나온 것도 있다. 고전의 경우 검색하다 보면 이런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그나츠 데너>를 번역한 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팔룬의 광산>은 번역된 것이 있다.
이전에 호프만의 소설을 힘겹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쉽지 않다.
많은 쪽은 아니지만 한 면에 담고 있는 글자가 상당히 많다. 최근 소설에서 보기 힘든 분량이다.
<모래 사나이>는 처음엔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중반 이후 시점이 바뀐다.
밤 9시가 되면 자러 가라고 말하면서 모래 사나이를 말한다.
졸려서 아이들이 눈을 뜨고 있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나타나엘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눈을 뽑아가는 섬뜩한 괴물처럼 다가온다.
눈을 뽑으려는 코펠리우스와 이것을 말리는 나타나엘의 아버지의 대결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여준다.
청우계 장수 코폴라의 존재와 그가 판 망원경은 또 다른 세계로 나타나엘을 이끈다.
아름다운 연인이 있지만 망원경을 통해 본 자동인형 올림피아의 외모에 그는 매혹된다.
인간과 다른 모습이 있지만 매혹된 그는 대답하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더 반한다.
이 장면과 코펠라와 코펠리우스를 같이 놓고 모래 사나이 이야기를 한 연인 클라라의 행동은 대비된다.
환상을 지적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클라라의 말이 그에겐 거짓과 잔소리로 들린다.
올림피아의 정체가 알려진 뒤에도 그는 사실을 그대로 직시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코폴라가 준 망원경을 통해 사람과 풍경 등을 보면서 생기는 왜곡과 환상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비극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그나츠 데너>는 극 중 악당의 이름이다.
경건하고 선한 사냥꾼 안드레스와 사악한 도적 두목 이그나츠 데너가 벌이는 대결 구도를 보여준다.
데너가 처음 안드레스의 집에 나타났을 때는 선량한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그가 베푼 선행과 큰 도움은 안드레스의 아내 조르지나를 병에서 낫게 하고 집안 살림을 풍족하게 한다.
안드레스는 주인 바흐 백작을 구해주었고, 그때 힘들게 일하던 조르지나를 만나 결혼한다.
놀라운 것은 주인이 그에게 준 일이 숲 관리인인데 생계를 제대로 유지할 정도가 아니다.
이때 나타난 데너가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 그가 아내에게 보관하게 한 보석 상자는 아내를 홀린다.
신실하고 정직한 안드레스에게 데너의 정체는 의심스럽고 불안하다.
이후 펼쳐지는 갈등과 맹세와 숨겨진 사실 등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끈다.
데너의 진실을 알려주는 이야기는 섬뜩하고, 그 달콤한 유혹은 너무 매력적이다.
안드레스의 굳고 건실한 마음이 더 대단해 보인다.
<팔룬의 광산>은 실화에 바탕은 둔 소설이다.
엘리스 프뢰봄은 원래 선원이었다. 어머니를 잃고 큰 상심에 빠진다.
이때 한 늙은 광부가 그를 광산으로 유혹한다. 그가 보여준 환상은 그의 발길을 팔룬으로 이끈다.
팔룬에서 그는 한 아름다운 여인 울라에 매혹된다. 울라도 앨리스를 사랑한다.
앨리스는 열심히 일하고, 견실한 광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광산으로 이끈 노인 광부가 나타난다. 그의 정체는 토르베른이다.
그는 이 광산의 고인물이다. 전설적인 존재다. 실제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했던 나날에 비극이 발생한 것은 작은 도발과 장난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실화를 재해석하고 덧붙인 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