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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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시리즈 첫 권을 아주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게 했다. 3권까지 나온 후 절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5권까지 나왔다. 반갑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전에 1권을 읽은 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졌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시리즈는 그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도 그 재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한 명이었다는 나의 뒤틀린 기억을 바로잡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 그 재미가 다시 살아난다. 황당하면서도 재밌었던 그 기억과 더불어 말이다.


모두 열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전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니 이번 이야기만 한다면 열다섯 개의 이야기가 모두 개별적인 것은 아니다. 몇 편은 앞의 이야기와 이어진다. 그들은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에 살고, 그곳은 일 년에 한 번 연락선이 소포와 보급품과 사람을 실고 온다. 조금은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나오는데 이 사건의 당사자를 두고 이 지역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사건은 할보르가 닐스 영감을 죽여서 먹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이제는 신부 수업까지 받았다. 그가 다시 이 지역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잊어버린 것을 찾으려는 목적이다. 뭘까? 그것은 마지막에 가면 너무 쉽게 나온다.


‘파이프’ 편에서 담배 파이프를 두고 두 노인, 빌리암과 매스 매슨이 다투는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얻었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물건의 대여에 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황당했다. 사향소 목장과 휴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튄다. 그래서 재밌다. 이번 소설에서 닐스 영감을 먹은 할보르의 출연 빈도가 높은 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둘의 관계와 최악의 상황에서 도와주는 그림자의 역할은 멋지다. 다른 사람들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재미도 더해진다.


웃으면서 발기가 꺼지지 않는 대위의 상황을 진심을 다루는 ‘중위의 딱한 처지’는 이들의 성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려준다.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만 결국은 아주 좋은 쪽으로 흐른다. 그래도 ‘낭가’ 편에서 그것이 없어도 사랑을 나누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스 마 킨 마훈’ 이야기는 이 소설에 여자가 두 번째로 등장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연령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 부분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늘 궁금한 것 하나는 왜 이런 오지에서 사는 것일까? 이다. 배도 일 년에 한 번 오고, 파이프를 잃어버리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식인을 한 동료가 주변에 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초대하고,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준다. 멋진 동료애다. 과연 과거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일까? 자세한 것은 다른 편을 읽으면 알 수 있을까? 마지막도 멋진 황당함으로 마무리한다. 상상만으로 오래 전에 사라진 에스키모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놀랍긴 하지만 불가사의한 일은 삶에서 언제고 일어날 수 있어.”라는 문장 이 소설을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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