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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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변신술을 펼치는 동물’하면 너구리가 먼저 떠오른다. 한국에서 여우가 둔갑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처음 소설 속에서 외모 대여를 여우가 한다고 했을 때 든 생각들이다. 재밌는 것은 이 여우들의 변신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우들을 부릴 수 있는 능력자를 여우술사라고 부른다. 이 능력은 피를 통해 전해지고, 오직 남자만이 여우술사가 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흘러나온다. 읽으면서 든 개인적 생각은 외모를 대여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가가 생략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어쩌면 나의 이해력이 딸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가게- 이름은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이다. 상당히 많은 물품을 대여해준다. 그 중 하나가 의뢰자가 원하는 외모도 있다. 외모를 빌려준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면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변신술을 사용하는 여우와 혼을 바꿔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가진다. 기한은 하루, 혼자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거리에 변신 여우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외모를 가지고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대여금액은 정확하게 적지 않았지만 청소년들이 용돈을 모으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아주 적은 것은 아닌 듯하다. 예약제이고, 예약할 때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적어 놓아야 한다. 그러면 점장은 그에 맞는 여우를 선택한다.


이 가게는 대학1년생 점장 아즈마 안지와 네 마리의 변신 여우가 운영한다. 구레하와 사와카는 나이를 알 수 없이 오래된 여우고, 쌍둥이 여우 호노카와 마토이는 상대적으로 어린 여우다. 어린 여우들은 요력이 불안정해서 오랫동안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나이 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도 힘들다. 실제 이들이 변신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하다. 가끔 오랫동안 사람의 모습을 한 채로 있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여우로 변한다. 하지만 다른 변신 여우들처럼 아주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귀엽고, 멋지고, 뛰어난 외모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이 변신 여우들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 그들의 욕구를 충족해준다. 그리고 그 일들은 자주 나의 예상을 벗어난다.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에 중독된 것 같다.


다양한 연령대의 계약자가 나온다. 가장 어린 11세부터 54세까지, 성별도 남자 넷, 여자 여섯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들이 우연히 발견한 사이트를 통해 외모 대여를 신청하는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가면이나 분장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외모를 바꿔 줄 것이란 예상이다. 그런데 그 변신이 너무 간단하고, 완벽하다. 변신 여우와 등을 맞대고 선 채 점장이 주문을 외우면 끝이다. 그리고 대여자와 여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행동한다. 외모를 빌리는 사람의 사연도 모두 제각각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것들이 나오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는 도중에 변신 여우와의 대화를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있다. 섬세하게 읽을 부분이 상당히 있다.


외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외모를 무시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이 소설 속 등장하는 대여자들 중 너무나도 못생겨서 외모를 빌리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인 학생조차 상당히 예쁜 얼굴이다. 어떤 남자는 많이 비쩍 마른 학생의 몸을 원한다. 여러 번 각각 다른 외모를 빌리는 여성도 있다. 이들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아 부분에 있다.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 말이다. 그리고 이 소설 속 세계와 안지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왠지 모르게 이 소설 연작으로 계속 나올 것 같다. 설정과 등장인물이 매력적이라 그냥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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