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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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부커 인터내셔날 수상작이다. 2016년 한강의 수상 이후 우리에게 더욱 익숙해진 상이다. 이전에는 맨부커 상이었는데 이름이 조금 바뀌었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수상 이력이 책소개에 나온다. 이런 수상 이력도 눈길을 끌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어떻게 악마 군인으로 변해가는지 보여준다고 한 대목이다. 전쟁으로 인간의 이성이 마비되고, 인간성을 상실한 주인공을 다룬 소설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끌렸다. 어쩌면 악마 군인이란 단어를 보고 판타지 속 이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은 그런 능력은 없다. 그가 네 번째 손을 가지고 온 이후 동료들이 보여준 반응을 생각하면 이 능력도 사실보다는 상상력에 기댄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제1차 대전 세네갈이다. 알파는 친구 마뎀바와 함께 프랑스 군대에 입대한다. 왜 이 군대에 입대했는지 알려주는 것은 후반부에 가서 나온다. 첫 장면은 마뎀바가 죽는 순간과 그 시간을 단축해달라는 요청을 다룬 부분이다. 시체가 된 마뎀바를 안고 알파는 진지로 돌아온다. 그 후 그는 매일 밤 적군을 한 명씩 사냥한다. 그가 적군을 죽이는 방법은 아주 잔인하다. 몇 번의 복수에 동료들은 환호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적을 죽이고 가져온 손 때문이다. 실제 그가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본 사람은 없다. 알파의 고백 속에 자세히 나온다.  


그의 복수가 반복되면서 적들만이 아니라 아군들도 그를 두려워한다. 당연한 일이다. 적에게 잔인한 사람들은 어느 한계를 넘으면 아군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대 장교는 그를 후방으로 보낸다. 그 사이 그가 모은 일곱 개의 손들을 찾아내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의 말을 통역하는 세네갈 군인은 혹시 알파의 원한을 살까 두려워 항상 “대위께서 말씀하셨다.”라는 단서를 붙여 말을 전달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헛웃음이 나왔지만 아마도 그 순간 통역병의 심장은 아주 살 떨렸을 것이다. 후방 부대로 온 이후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간다.


알파는 아주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크고 잘 생겼고 탄탄한 몸매를 가졌다. 여자들은 그의 신체 한 부분에 눈길이 머문다. 마뎀바와 함께 군 입대하기 전날 밤 그에게 반한 여자 한 명이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사랑하는 두 연인의 안타까운 이별 정도로 생각했는데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소설은 이렇게 조금씩 뒤로 가면서 과거와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후방에 와서도 그에게 이전과 똑 같은 눈길을 주는 여인이 있다. 하지만 전쟁의 광기 속에서 변한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이전과 다르다. 자세한 장면은 생략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서늘하다.


한 개인이 전쟁의 광기 속에서 복수를 외치며 잔혹한 행위를 한다. 사람들의 공포를 불러오지만 이것보다 훨씬 잔혹한 장면이 하나 나온다. 무분별한 돌격을 거부한 일곱 명의 병사에게 부대장이 내린 참혹한 처형 장면이다. 돌격을 거부한 그들을 묶고, 만약 나가지 않으면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 어떤 연금이나 수당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한다. 도망병이란 불명예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족이나 연인에게 무엇이나마 남기겠다는 병사가 나온다. 죽음 속으로 달려가는 그들과 이 모습을 지켜보는 병사와 부대장의 모습은 또 얼마나 잔혹한가. 전쟁의 참상은 실제 한 병사의 광기에 찬 복수보다 훨씬 참혹하지만 쉽게 묻힌다. 적군의 손 일곱 개와 아군 일곱 병사의 죽음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잘 읽히지만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상을 그대로 보여줄 때는 그 이미지를 따라가면 되지만 마지막에 도달하면 그 이미지 너머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 나온 이야기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반복되는 문장이 의미를 강조하지만 완전히 이해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생각보다 금방 읽었지만 무엇인가가 생략된 느낌이다. 예상과 다른 전개와 결말 부분도 여운이나 감동보다 아쉬움을 더 준다. 소설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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