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 축 당첨! 여름휴가 팡 그래픽노블
필립 베히터 지음,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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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몇 가지 나의 무지와 선입견에 대한 고백부터 하겠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이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 볼로나 문학상 정도로 생각했다. 그림체만 보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프랑스 작가라고 생각했다. <토니 : 티끌 모아 축구화>의 후속작이란 것도 생각도 못했다. 책 마지막까지 프랑스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재밌게 읽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작가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서 독일 작가란 사실을 알았다. 나의 이런 착각은 다른 만화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길지 않은 만화이지만 내용은 결코 적지 않다. 여름 휴가를 가고 싶지만 경제적 문제로 갈 수 없다고 하는 엄마와 다툰다. 여름 휴가 취소에 절망하면서 시까지 짓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열심히 잡지의 이벤트에 응모한다. 그러다 아주 멋진 최고급 호텔 숙박권에 당첨된다. 아주 행복한 소식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에 간다. 화려하고 멋진 호텔이다. 그런데 이 호텔은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토니가 놀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수영장에서 첨벙첨벙 놀고 싶은 토니에게 어른들이 눈치를 준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여름 휴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가득한 휴가가 되었다. 이때 엄마가 근처에 사는 친구 크리시에게 연락을 한다. 그들은 쿨하게 하루만 자고 그 멋진 호텔을 떠난다.


작가는 이후 토니의 즐거운 하루들을 보여준다. 엄마 친구 집에서 그 집 아이들과 강에서 놀고, 그 집에서 빌린 차와 캠핑 용품으로 바다에 간다. 바다는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아이들도 많다.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논다. 축구를 하고, 수영도 하고, 보트도 타고, 게임도 하면서. 작가는 이 장면들과 상황을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착실하게 그려 놓는다. 수많은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가 한 명 밖에 없다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일은 그 아이와 함께 조가 된 후 일어나는 일들이다. 스마트폰의 위력과 그 위력을 숨기기 위한 노력들이 만들어낸 작은 행위들 말이다. 이 아이들이 게임에서 이겨 받는 것은 큰 빙수 한 그릇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사람들의 표정, 생략된 감정들이 눈길을 끈다. 토니는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엄마는 자신만의 휴가를 즐긴다. 아이는 일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엄마에게 달려온다. 흔한 장면들이지만 그 흔한 장면이 우리의 행복이자 일상이다.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면서 토니는 언제 돌아갈지 묻는다.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며칠 더 있을 거란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연장되고, 토니의 여름 휴가는 계속된다. 그리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다.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뒤에 남은 것은 즐겁고 행복한 추억과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다. 화려함보다 일상의 연속성과 즐거운 놀이로 가득한 휴가가 얼마나 두 사람을 행복하게 했는지 보여준다. 내가 아이와 이렇게 놀아주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읽으면서 그 뜨거운 햇볕에 살이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여름 해변에서 내 피부가 얼마나 자주 피부 물집이 잡혔던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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