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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뮤지컬로 더 유명한 소설이다. 예전에 뮤지컬과 영화로 본 것 같은데 메인 주제곡을 빼면 나머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다. 워낙 간결한 내용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는데 책을 받고 읽다 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상당히 많다. 얼마 전 읽은 <프랑켄슈타인>도 마찬가지였지만 너무 유명한 고전의 경우 왜곡되고, 편집된 영상 이미지 등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뭐 원작을 읽고 영화를 뒤에 봐도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나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전을 읽으면 한정된 시간에 연출하면서 생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기도 하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나의 기억은 소설 속 두 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잘못 기억하고 있다. 뮤지컬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 기억의 착각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오페라의 유령과 크리스틴이 연인이 되어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으니 아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존재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그 유령은 믿기 힘들다. 당연히 이 극장을 물려 받은 두 단장이 계약서에 표기된 오페라의 유령의 조건을 대충 훑어봤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과 사고는 그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사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곁다리다.
영상 등으로 요약된 부분의 핵심은 오페라의 유령과 크리스틴의 관계다. 이 소설 속에서 유령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극장을 어둠속에서 지배한다. 크리스틴을 훈련시켜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만들어낸다. 그 자신도 아주 탁월한 음악 실력을 보여준다. 왠지 모르게 라울 드 샤니 자작은 존재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기억 속에서 크리스틴은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배역의 벽을 뚫지 못해 실력 발휘하지 못하는 가수였는데 원작을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의 실력은 오페라의 유령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일취월장했다. 라울과의 인연 이야기도 원작에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나오고. 크리스틴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페라 등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인 에릭의 사연을 너무 간결하게 다루었다. 하지만 원작은 페르시아 인을 등장시켜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자세하게 되살린다. 더불어 그가 얼마나 뛰어난 건축가이자 마술사인지 알 수 있다. 나이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면 속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외모에 대한 묘사는 결코 영화 등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외모라니. 첫 생일 선물이 가면이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의 뛰어난 건축술이 어떤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타고난 천재라는 듯 말하지만 건축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그렇지만 파리 오페라 극장 건설에 그가 참여했고, 이 참여 속에 그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돌아다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무서워한 이유도 바로 이 은밀함에 있다.
사랑.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크리스틴을 놓고 오페라의 유령 에릭과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 라울이 경쟁한다. 크리스틴은 처음에 에릭의 이름도 몰랐고, 수호 천사 정도도 알고 있었다. 그의 교습으로 실력이 올라갔지만 한 남자로 사랑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어린 시절 바다에서 스카프를 건져준 라울이다. 라울도 당연히 크리스틴을 사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오페라의 유령 에릭이다. 그는 크리스틴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이 감정은 평범함에 대한 갈구이자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왠지 모르게 읽으면서 <미녀와 야수>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어쩌면 내가 바란 것은 크리스틴이 외모의 공포를 넘어 에릭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원작을 읽고 나면 그곳에서 파생한 영화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긴다. 원작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과 내가 상상한 장면을 연출자가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공간인 지하는 뮤지컬에서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고문실로 알려진 곳에서 그들이 경험한 환상과 심리적 고문 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 번역은 기존과 조금 다르다. 좀더 현대적으로 번역되어 있다.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처음 책으로 이 원작을 대하는 사람들이면 좀더 가독성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