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속 인형들 1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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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미래의 메가시티 평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버펑크 범죄수사물이다. 왜 평택이란 도시를 지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책 속에 나오지 않는다. 이 도시를 이미 다르 작품에서 선보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읽은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은 두 번째다. 다른 앤솔로지에서 단편으로 만난 적이 있을 뿐이다. 작가 목록을 보면 낯익은 제목과 낯선 제목들이 교차한다. 생각보다 많은 소설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책은 연작소설집이다. 메가시티 평택의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중 한 권일수도 있다. 작가와 프로듀서의 말에 의하면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χ Cred/t>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에 당선되어 <대스타>란 앤솔로지에 실렸던 이야기다. 아직 <대스타>를 읽지 않아 재밌게 읽었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극단적인 모습과 경계가 무너진 인간 복제 및 유전자 조작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처음에 ‘χ Cred/t’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되었는데 작가가 친절하게 카이 크레디트라고 말해준다. 카이는 넷 소아이어티 사상 최고의 수퍼스타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아이가 아니다.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다. 놀라운 것은 이 카이를 100개나 복제해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다. 방송 중 카이들 중 한 명이 죽이고,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 수사를 진강우 검사와 주혜리가 해결한다. 실제 현장에서 고생하는 인물은 주혜리다.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들은 좀비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 힘든 알바를 하고 있는데 강우 검사에게 연락이 온다. 시간 의뢰다. 의체를 사용하고 있는 노인들이 다른 노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란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미래의 노인들도 현재의 노인들처럼 자식들에게 등골을 빼먹히는 현실을 그려낸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의해 의체를 단 노인 등이 다른 노인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프로그램 언어다. 너무나도 쉽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쉬운 일 뒤에 숨겨져 있는 욕망이다. 미래에 이런 좀비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흥미진진하다.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은 음모론자들의 해킹으로 생긴 문제를 다룬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해커를 쫓던 혜리는 범인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문을 열고 나가면 되는데 열림 화면이 없다. 방법은 하나, 화면에 나온 게임을 클리어하면 된다. 고전게임 둠이다. 갇힌 공간 속에서 둘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음모론을 배경으로 한다. 대표적인 음모론 중 하나가 지구평평설이다. 샌드박스 속 고속엘리베이터가 폭주하고, 충돌 직전까지 간다. 긴박한 과정 속에 터져 나오는 작은 유머는 살짝 웃게 한다. 작은 소품이지만 재밌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아주 흥미진진했다.


<슈퍼히어로 프로듀서>는 예상한 설정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이 겹쳐 있다. 이 단편 속에 주혜리의 과거가 조금 흘러나오고, 한국 교육시장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스위치와 빌런의 존재, 여기에 방송이 곁들여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슈퍼히어로가 필요 없는 사회가 가장 좋지만 현실의 부폐와 비리는 오히려 자신들의 욕망을 대신 해소해 줄 히어로를 갈망한다. 연출과 사실이 교차하고, 성적 제일주의에 빠진 한국 부모를 구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씁쓸한 것은 그렇게 나쁜 교육 현장을 경험한 부모들이 자신의 성공에 취해 자신의 아이들을 아동학대로 내몬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마지막 단편 <트윈플렉스>는 휴머노이드와 또 다른 안드로이드의 학대를 다룬다. 실제 인간의 유전자 복제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 안드로이드는 그 본체의 시선 등을 공유한다. 텔레파시가 통하는 쌍둥이 같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이 단편 속에는 성차별, 성 취향, 강요된 폭행과 학대 등을 넣고, 뒤틀린 욕망과 권력이 만들어 낸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법 위에 올라선 부유층의 존재는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이것이 미래의 상상만이 아니란 사실에 조금 암울했다. 그리고 작가가 소개하는 몇 가지 놀라운 무기 등은 앞으로 펼쳐질 액션 등에 멋지게 활용될 것 같다. 과연 어떤 식으로 이 세계를 키우고 가꿀지 궁금하다. 더 읽고 싶은 작가가 또 한 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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