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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서 - 자칭 리얼 엠씨 부캐 죽이기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류연웅 지음 / 고블 / 2022년 6월
평점 :
류연웅을 주로 단편집에서 만나다 경장편으로 만났을 때 이 작가 이름을 완전히 기억하게 되었다. 한 편을 제외하면 그의 소설들은 주로 앤솔로지에서 만났다. 나의 저질 기억력이 그 소설들을 모두 기억할 리는 없고, 이 글을 적으면서 찾아보니 기발한 발상에 놀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를 보고 무슨 소설이지 의문을 품었는데 과거 이력을 보니 조금은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 외모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왠지 괴물 같은 이미지를 사전에 심어주는데 이 소설은 힙합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다. 책소개에도 그렇게 나온다.
아직 나에게 힙합은 어렵다. 하지만 작가는 힙합의 가사나 비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힙합 음악과 그 주변 세계를 그려낼 뿐이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본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쇼미더머니>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우원재란 뮤지션에 입감한 듯한데 이 뮤지션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 시간이 나면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이 뮤지션에 대한 호평을 이전에 한번 다른 래퍼에게서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 이름은 잊고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나의 취향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릴뚝배기와 조헤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서로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둘은 같은 인물이다. 무명의 래퍼 릴뚝배기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면서 생긴 캐릭터가 조헤드다. 실제 이 두 이름은 하나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그 이름을 여기서 적기가 조금 민망하다. 처음 릴뚝배기의 시간 제한 미션이 먼저 나온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모든 것을 힙합에 바친 릴뚝배기가 1집을 내고 랩을 버리려고 한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있다. 스스로 ‘힙합의 신’이라고 부른다. 고등학교 중퇴할 때 내뱉은 “제가 만약 힙합을 버리려고 한다면… 가차 없이 저를 뒤지게 해주세요.”란 맹세가 불러온 현상이다.
릴뚝배기가 올린 동영상에 항상 달린 댓글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란 문장이 붙어 있다. 진짜 팬을 찾기 위해 신이 하루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조헤드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으로 유명해졌다. 소속사도 생기고, 이전 동료 무알콜과 헤어졌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얼마나 많은 지 잘 모르지만 방송 한 번의 효과는 분명하다. 조헤드의 이야기가 나올 때 평행우주를 이 이야기에 끌고 들어왔나?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조헤드가 SNS에 올린 글 하나가 문제가 되면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같다.” 여기서 ‘ㅈ’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단어다. 방송국 쇼케이스를 준비하던 중이고 유명해진 래퍼의 이 문장은 큰 반향을 불러온다. 1집 발매 쇼케이스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것을 무마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급박하게 진행된다. 한국이라서 가능한 하루만의 뮤직비디오 촬영과 편집을 현실과 편집 기술을 통해 책 속에서 구현한다. 처음 나온 릴뚝배기의 이야기가 다시 교차하고, 그의 간략한 과거사를 찾아간다. 무엇보다 그의 동영상에 꾸준히 댓글을 단 진짜 팬을 찾고 싶다. 이 과정에서 힙합의 무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조금씩 보여준다. 이 현실적 변화가 시선을 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진짜 팬의 등장과 분 단위로 쪼개진 마지막 장면은 리얼 부캐와 진짜 캐릭터의 합체로 이어진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한 멘트가 시선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