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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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NHK 스페셜 〈식의 기원(Origin of Food)〉 시리즈 5부작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탄수화물, 소금, 지방, 술, 미식이라는 5가지 주제를 다룬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보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목차를 보고 급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두툼하지 않은 분량도 한몫했다. 구운 열매와 진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탄수화물, 소금, 지방에 대한 어떤 해석이 나올까? 얇은 지식으로 저탄고지를 외치는 나에게 어떤 시각을 줄까? 수많은 의문들이 생겼다. 그리고 생각보다 간결하게 전개된 내용은 이 책을 빠르게 읽게 했다. 생각보다 재밌고, 나의 식생활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탄수화물은 인체에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당으로 변하는 성질 때문에 당뇨가 있는 사람에겐 큰 적이다. 점점 찌는 살을 보면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밥 등의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을 먹으면서 살을 빼고 싶다. 하지만 이미 탄수화물 중독에 가까운 몸이다 보니 끊질 못한다. 특히 빵이 문제다. 이 책에서 동양인은 밥을 먹어도 쉽게 살찌지 않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밥 이외 다른 간식이나 군것질 거리들이 너무 많다. 장내세균 ‘프리보텔라’의 활약은 눈길을 끌지만 나의 시선은 유전자 특질에 따라 음식 혈당지수가 바뀐다는 연구 결과다.


한국인들은 소금의 섭취량이 많다. 한때 살이 너무 쪄 몸에 이상이 생겨 조금 싱겁게 조금 적게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과거의 나로 돌아온 현재를 발견한다. 장인어른이 콩팥이 망가져 거의 혈액투석 전 단계까지 갔다. 얼마나 짜게 드시는지 옆에서 보고 놀란 장면을 지금도 자주 이야기한다. 실제 한국 음식 중에 소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칼국수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탄수화물과 짠맛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과자들은 너무 단짠이다. 소금의 양이 외국의 짠 과자보다 훨씬 많이 들어있지만 단맛 코팅으로 속이고 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다.


지방이 나쁜 것이 아니란 소식이 나온 것도 이제는 좀 되었다. 모든 지방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던 때도 있었다. 목초 먹고 자란 소의 지방은 인간에게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보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한때 오메가 3를 열심히 먹은 적도 있다. 고등어 기름이라 얼마나 비릿했던가! 이제는 아마씨 기름으로 만들어 이런 맛이 사라졌다. 연구가 점점 더 진행되면서 지방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지방 중독이란 단어를 보았다. 오메가 3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말해 괜히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오메가 3를 하나 먹는다.


나는 술에 약하다. 한 잔 술에 얼굴이 붉혀진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분해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유전자가 약하다고 한다. 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수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석회가 많이 낀 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맥주 등을 마셔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알코올 술에 대한 글을 보면서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과 기준치 이하로 들어 있는 술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실제 무알코올 술을 마시면 처음엔 술 느낌이 나지만 어느 순간 술 맛을 느끼지 못한다. 미각의 문제일까? 아니면 인식의 문제일까? 술이 백해무익하다는 연구가 더 나오는 것 같다.


지금도 맛집을 좋아한다. 눈, 코, 입으로 음식을 맛보고 행복해한다. 언제부터인가 쓴맛 나는 음식도 잘 먹는다. 이전에는 전혀 먹지 못했는데 말이다. 재밌는 실험 하나가 있다. 같은 음식인데 이름을 다르게 해서 미각을 살짝 속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고 우리가 맛집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식에서 후각의 중요성을 이번 장에서 알려주는데 공감한다. 편식을 줄이기 위한 북유럽의 사페레를 보여주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식사에 대한 답을 ‘”인간에게 있어 음식과 식사란 무잇인가를 알고 난 뒤에야 보일 것이다”란 말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정보 하나가 있다. 디저트를 위한 배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늘어난 뱃살은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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