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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평점 :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조선 후기 왕실을 무대로 한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내가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요즘 좋아하는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고, 다른 하나는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것이다. 결론만 먼저 말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다. 가독성이 나쁘지 않아 잘 읽히고, 자료 조사도 상당히 꼼꼼하게 한 듯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캐릭터와 상황 등이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뽑아내지 않고 어딘가 중간에서 헤매는 듯한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지만.
첫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보명 공주가 남편을 독살하는 장면이다. 그를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심한 욕을 하면서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쫓는 왕자 자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윤의 고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의문이 생기지만 사건 해결에는 성공한다. 다음으로 나온 인물은 과부 소봉 이야기다. 남편과 합방도 하기 전에 죽으면서 과부가 되었다. 사업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지만 그녀의 취미는 로맨스 책과 춘화도 등을 보는 것이다. 몰래 봐야 하는 것인데 책방에서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읽으면서 소봉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지?’란 의문이었다. 이야기는 이 셋이 엮이고 꼬이면서 펼쳐진다. 그렇다고 삼각관계는 아니다.
두 여성의 같은 점은 과부란 것이고, 다른 점은 한 명은 남편을 독살했고, 다른 한 명은 낙마로 죽었다는 것이다. 한성의 현금 부자의 딸이자 친구들과 단미란 노리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소봉은 무거울 수도 있는 이 소설에서 가볍고 귀엽고 당돌하고 당찬 역할을 맡는다. 보명의 화양궁 연회에 참석하면서 절륜미남 시리즈의 주인공인 수안군 자윤을 보고 반한다. 실제 이 소설에서 자윤의 아름다운 외모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드라마 등을 만들면 누가 이 배역을 맡게 될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소봉이 수안군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아주 재밌다. 수안군이 느끼는 염세의 감정과 그 반대에 있고, 앞으로 이 둘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한다.
보명 공주의 화양궁은 환락의 공간이다. 시대를 앞선 비밀 클럽이다.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규칙에 따라 자신의 밤을 불 태울 수 있다. 억눌린 욕망이 자연스럽게 분출되고, 가끔은 의도적인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화양궁에 오려면 신분이 높거나 돈이 많거나 해야 한다. 퇴폐적이고, 환락적인 곳이다. 보명 공주가 소봉에게 수안군을 유혹하라고 한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하지만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 수안군과 보명 공주 사이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궁궐 내부의 암투와 권력 쟁취와 숨겨진 더러운 비밀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면도 나온다.
참혹한 살인이 자주 나온다. 연쇄살인범이 이렇게나 많은 조선이란 말인가! 무력해진 왕권 탓인지 적도의 침입에 너무나도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떠올리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인범을 좇는 수안군의 활약은 부검 보고서를 잘 이해하고, 자신이 처음에 고백한 일과도 관계 있다. 그가 어릴 때 겪은 일을 보면 그가 삶보다 죽음에 더 한 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인물이 있다. 소봉이다. 부분적으로 보면 상당히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그 흐름을 타고 가다 보면 걸리는 곳이 많이 생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왠지 다음 작품도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마무리이지만 재기 발랄한 소봉은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