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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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인터넷 서점 검색에도 딱 한 권 번역되어 있다. 일본에서 상당히 많은 책을 낸 작가인 듯한데 아직 한국 출판사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모양이다. 읽으면서 내가 예상한 것과 상당히 다른 전개와 구성이라 조금 혼란스러웠다.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내다 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르골이란 소재를 생각하면 좀더 음악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을 텐데 약한 느낌이다. 물론 나의 상상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일곱 개의 이야기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고 더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진 북쪽 마을의 운하 골목에 작은 오르골 가게가 있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것은 엄마와 한 아이가 이 가게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아이는 오르골을 이것저것 만진다. 엄마는 불안하다. 혹시 망가질까 봐. 주인인 듯한 남자가 나와 만져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는 귀가 좋지 않다. 기성품을 살 수도 있지만 음악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손님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담아준다고 한다. 제작하면 엄청 비쌀 것 같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오르골 가게의 마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골 음악을 제작 의뢰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음악을 듣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음악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느 시점에 늘 걱정이나 고민이나 갈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귀가 들리지 않거나 동거하는 여자 친구와 알 수 없는 갈등을 겪거나 소녀 밴드의 꿈을 포기하거나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의 기일을 귀향하거나 처음으로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열정을 가지거나 40년 동안 함께한 아내가 쓰러졌거나 하는 일 등이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을 작가는 간결하게 녹여내고, 오르골 가게와 연결한다. 구구절절하게 감정을 풀어내고 이해를 하기 보다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이란 설정으로 여운과 감동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이야기들은 소녀 밴드의 해체 문제로 갈등을 겪는 ‘모이다’와 열 살 소녀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열정 등을 다룬 ‘바이엘’과 나이 들면서 왠지 더 입감하는 늙은 부부의 애잔한 이야기를 다룬 ‘먼저 가세요’ 등이다. ‘모이다’를 읽으면서 ‘콧노래’ 속 음악 페스티벌의 음악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이 네 개의 오르골로 합쳐지는 순간이 아주 강한 인상을 주었다. ‘바이엘’ 속 소녀의 귀와 뛰어난 연주 실력이 더 큰 무대에서 실패를 경험하는데 짧은 방황을 한다. 더 큰 무대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알게 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듯해 그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먼저 가세요’는 이 소설의 마무리로 적당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의 의미를 미스터리처럼 해결하고, 오르골 가게에서 만든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때 그 소중한 만남의 순간이 가슴에 깊게 와 닿았다. 누군가는 잊고 있었지만 누구는 듣자마자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면서 서로가 아끼는 마음이 합쳐진다. 3년 전 다시 가야지 했던 커피숍을 찾지 못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함께 가는 모습은 내가 수없이 남발했던 다음에 또 오면 되지! 가 떠올랐다. 비록 작은 약속이지만 병마를 떨치고 함께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오고, 바로 앞 이야기와 이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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