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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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책장에 다른 시집을 여러 권 쌓아 두고 있는데 이 시집에 먼저 손길이 갔다. 다른 시인들의 시들이 상당히 어렵게 읽히는 것에 반해 나태주 시인의 시는 상당히 쉽고 잘 읽힌다. 이번 시집도 다른 시인의 시집보다 두툼하지만 훨씬 쉽게 읽혔다. 함축적이고 에둘러 표현하는 시어보다 일상을 포착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걷어 올린 시어들은 한 편의 간단한 산문처럼 읽을 수 있다. 이번 시집은 특히 긴 호흡의 시들이 적다. 그러니 나처럼 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잘 읽힐 수밖에 없다.


모두 4부로 나누었다.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나누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코로나 19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들이 이 시집에 나오는데 공감할 부분이 많다. “마스크 쓰고 / 눈과 눈썹과 / 이마만 남겼으니 / 다 예쁘다 / 그냥 예쁘다.”(<코로나 시대> 전문)이나 “코로나 이후 / 거리에서 만나는 여인들은 / 눈썹 미인 / 이마 미인”(<눈썹 미인> 부분)을 읽을 때면 나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마스크 하나로 얼굴의 느낌이 너무 달라진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눈으로만 웃어요 / 눈썹으로 말해요”(<눈썹 미인> 부분)를 읽을 때다. 이전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을 인식하는 우리의 능력이 시인의 관찰 속에 시로 태어났다.


<다시 이십대>란 시에서 “창밖에 달빛 / 너인가 싶어 / 혼자서는 쉽게 / 잠들지 못하던 / 그런 시절이 / 나에게도 / 있었더란다.”(전문)를 읽고 머릿속에서 내 청춘의 한 쪽이 펼쳐졌다. 이것은 다시 “그 아이가 문득 / 보고 싶었다.”(<문득> 부분)을 읽으면서 보고 싶은 친구가 떠올랐다. 이전 저런 이유로 잘 만나지 못하고, 이미 늙었을 그 친구가. ‘사랑에게’란 연작시에서 “그래 사랑이란 본래 / 끝없이 서툴고 / 끝없이 설레고 / 끝없이 가난한 마음이란다”(<사랑에게 5> 부분)라고 말했을 때 다시 서툴고 순진하기만 했던 이십대의 내가 생각났다. 그 당시 얼마나 설레고 서툴고 감정적이었던가.


속가에서 차창룡 시인으로 불렸던 동명 스님과 주고받은 시들도 재밌다. 두 시인의 마음이 그들의 시에서 잘 느껴진다. <비원>이란 시의 전문 “돌아가고 싶다 // 꿈은 오직 / 하나 // 집으로, 당신 곁으로”을 읽으면서 다른 곳에서 본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꼭지 없는 차>에서 시인의 딸이 한 말이 역시 나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순간 뭉클했다. 교보생명 로고의 의미를 <괜한 일>에서 알려줄 때 생각도 못한 것이라 놀랐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막았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괜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설명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빵점 엄마> 이야기는 육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메리 포핀스>란 시를 읽으면서 같은 이름의 영화가 먼저 떠올랐는데 천천히 읽다 보니 괜히 그곳이 가고 싶어졌다. <사람의 별>에서 BTS를 찬양하는 시가 나오는데 괜히 눈꼴사납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낯선 단어가 나와 사전을 검색했다. 그 중에서 목차를 읽으면서 ‘에움길’을 발견했다. “빙 둘러서 가는 길. 우회로”을 의미한다. <사월 이일>에서 이상 기온으로 벚꽃이 빨리 핀 것을 안타까워하고, 자전거 타고 가는 그에게 “안녕하세요? 말하고 꾸벅 절한 소녀를 천사로 비유한 부분을 보고 역시 놀랐다. 얼마나 주변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아이의 인사를 만날 강조하는 아내가 잠시 떠올랐다. 이 시집에는 수많은 시인을 기리는 시들이 나온다. 개인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역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다른 시인의 시집으로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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