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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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가족에 대한 반감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따스함과 위안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제목 같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태어나면서 정해진 것이 가족이다. 가족의 좋은 점을 부각한 소설도 많지만 가족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 강요된 가족의 이미지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하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읽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만난다. 이 소설도 그런 가족의 모습 중 하나다.


한국은 노령 사회로 진입했다. 65세 노령 인구가 16%를 넘어갔다고 한다. 늙으면서 생기는 병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치매와 중풍 등이다. 사회가 이 노인들을 돌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가족들이 노인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 상황을 극단적으로 풀어냈다. 가족 간병이란 예민한 소재를 다루면서 각각의 입장을 풀어낸다. 작가는 네 명의 자식들을 한 명씩 화자로 내세우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부모를 내세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상황과 입장에 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너무 적나라한 현실에 불편한 감정도 수없이 느낀다. 머릿속에 옛날 속담도 오간다.


찰떡에 질식하는 아내와 칼에 찔린 남편 이야기로 시작한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들이 낳고 키운 아들딸 넷은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다. 이후 이들의 시선에서 이 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들 보기에는 부럽기만 한 가족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가족이 만들어내는 문제와 충돌하고, 각자 다른 속내와 현실이 엮인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엄마 이정숙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순간부터다.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 자식들이 조금 더 편하겠지만 요양병원의 부정적인 모습을 본 노부부는 거부한다. 결국 차녀이자 셋째인 김은희가 부모의 집에 들어와 간병한다. 다른 자식들은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낸다.


오랜 간병 생활은 서로를 지치게 한다. 부모의 입장은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 힘들게 사는 딸을 자신들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하고, 딸은 부모의 고압적인 태도와 길어진 간병 생활에 정신적으로 지친다. 서로가 상처주는 말과 행동이 늘어나지만 집밖에 머무는 다른 형제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은희는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다른 쪽으로 푸는데 이것도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대상이 동생의 친구이고, 그의 평판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머니의 생일날이다. 다른 형제들은 제때 오지 않고, 큰딸만 떡을 몇 개 사서 올 뿐이다. 쌓였던 감정이 이때 폭발한다. 나중에 첫 장면의 사건이 벌어진 날이란 것을 알려준다.


김현창은 의사다. 부모의 자랑이지만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아버지가 질책을 한다. 의사인 너가 왜 몰랐냐고? 이성보다 감정적인 표현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데 좋은 리뷰를 받지만 병원에서는 좋게 보지 않는다. 그의 글과 병원의 이익이 충동하기 때문이다. 그가 의사가 되었을 때 엄마는 의사 며느리를 원했다. 그런데 간호사와 결혼했다. 아내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모시기를 거부했다. 자신의 엄마가 암 4기라고 하니 집에 모시고 싶다고 말한다. 상황과 입장의 차이가 만들어낸 이 장면은 현창을 분노하게 한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것은 김인경의 남편 이야기로 넘어가면 더 심해진다. 불편하고 불쾌하고 짜증나는 상황이 나열된다. 읽으면서 나도 그런 적이 없는 지 돌아보았다.


학교 선생인 큰딸 김인경의 문제도 심각하다.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친다. 나이 든 자신이 교사 생활을 하는 것을 뒤에서 욕하는 교사도 있다. 형제자매 없고, 좋은 대학 나온 남자라 결혼했는데 이것이 결혼 생활의 문제가 된다. 이 남편이 보여준 행동은 욕을 내뱉게 한다. 아들의 사고로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동생 은희가 성질을 낸다. 서로 다른 상황과 입장이 충돌한다. 각자의 힘든 위치에서 볼 때 서로가 더 편한 것처럼 보인다. 이해보다 자기 입장이 우선이다. 은희가 보는 것과 달리 그녀의 삶도 힘들다. 남편 욕이 절로 나온다. 막내 현기와 그 부모의 이야기는 이 가족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자신들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의 모습은 참으로 잔혹하다.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우리 사회의 뒤틀린 단면을 보여준다. 불편하고 불쾌하고 잔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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