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가진 작가다. 왠지 모르게 와타야 리사의 소설들을 모두 가지고 있거나 읽었다. 물론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읽은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이런 작가들이 있다. 나의 수집욕과 이벤트 등이 겹쳐서 생긴 우연이다. 보통 이런 작가의 경우 출간 목록이 늘어나게 되면 놓치는 책들도 늘어난다. 한때 열심히 모으려고 한 작가들 몇몇은 너무 많이 나와 포기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본 작가로는 미미여사와 히가시노 게이고 등이 있다. 다른 나라 작가까지 포함하면 너무 늘어나니 여기서 멈추자. 인터넷 검색하다 낯익은 표지들이 보여 간단히 적어보았다.


와타야 리사의 소설 중에서 드물게 두툼한 책이다. <꿈을 꾸다>가 400쪽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다른 책들은 200쪽 안쪽이거나 300쪽에 미치지 못한다. 처음에 책을 받고 두툼한 두께에 놀랐던 이유다. 솔직히 말해 퀴어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책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아이가 처음부터 좋아한 선배 소우와의 사랑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여행지에서 소우의 친구와 함께 온 연예인 사이카를 만났을 때는 작은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두 커플이 어린 시절 추억의 공간에서 만나 술 마시고 놀 때도 마찬가지였다.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는 사이카에 조금 놀랐지만 전혀 생소한 장면은 아니다.


행복해 보이는 두 커플, 문제라면 사이카가 이제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이라는 것 정도다. 사이카의 현재 연인도 그녀가 먼저 대시를 했다. 아이는 소우와 결혼을 꿈꾸고 있다. 천둥 번개 사건 이후 사이카는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쌓아간다. 흔한 우정 정도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진상 고객으로 고생할 때 도와준 것도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아이가 소우와 결혼할 것이라고 하면서 사이카의 상태가 나빠진다. 연기 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다. 사이카를 찾아갔는데 그녀가 고백을 한다.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다.” 라고. 학창시절부터 좋아한 선배와 미래를 꿈꾸던 아이에게 이 말은 황당한 일이다. 한 번도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카도 남자 친구가 있지 않은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관계. 그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관계. 이런 관계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감정은 사아카에게서 아이에게로 흘러가고 결국 뒤섞인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친구를 떠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이카에게 간다. 작가는 여기서 동성애 성향이 아이에게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양성애자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이카이고, 그녀가 여자라고 말할 뿐이다. 타고난 천성에 의해 여성만을 좋아하는 동성애자와 이 둘은 다르다. 아이이기에, 사이카이기에 좋아한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방법도 서툴다. 낯설다. 남자에 익숙한 몸 동작은 둘 사이의 행위에 불편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느끼는 희열과 사랑은 결코 이전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아주 섬세하다.


연예인과의 연애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성 간의 스캔들도 문제인데 보수적인 일본에서 동성애는 더 문제가 된다. 이제 인기를 더 얻어가는 사이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동성이기에 사이카의 집에 아이가 들어와서 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속사도 그렇게 생각한다. 둘 만의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사랑은 더욱 커진다. 그러다 터진 스캔들. 소속사가 큰 돈으로 막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 둘이 헤어질 것을 강요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사이카와 현실을 생각하는 아이의 충돌. 미래에 대한 기대와 약속 등이 교차한다. 예상하지 못한 파국이다. 그 이유도 믿었던 사람에 의한 것이라니. 예상하지 못한 전개의 연속이다.


두 여성이 사랑한다고 하는데 사회적 제약이 많다. 연예인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의 집안도 반대한다. 이성과 감정이 충돌한다. 이 소설에서 아이가 사이카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일시적이고 충동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둘의 사랑이 얼마나 단단한 지, 깊은 지는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우선이다. 아이와 사이카의 전 남자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관계를 인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타의에 의해 만나지 못한 시간이 길어졌지만 둘 사이의 사랑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아이가 다른 매력적인 여성에게 눈길이 간다는 표현이 나올 텐데 아니다. 남자에게 눈길을 준다. 하지만 사랑은 사이카에게로 향해 있다. “그 어떤 제약 없이 오직 두 여성의 사랑에만 몰두했습니다. 본래 사랑에는 낡음도 새로움도 없으니까요.” 라는 시마세 연애문학상 수상 소감이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