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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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은 앤솔로지다. 솔직히 말해 이 마음보다 스미노 요루란 작가 때문에 선택했다. 스미노 요루의 장편 소설을 아주 재밌게 읽었기에 단편에 대한 기대도 품고 있었다. 결론 먼저 이야기한다면 장편의 재미를 이번 단편에서는 그렇게 많이 느끼지 못했다. 스미노 요루의 장편을 아주 재밌게 빠르게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일이다. 오히려 다른 단편들에서 예상 외의 재미를 느꼈다. <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과 <핑퐁 트리 스펀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이 단편들에 이상하게 집중을 잘 못했다.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깨진 것일까?


가토 시게아키의 <포켓>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에도 없는 조스케 이야기다. 그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안의 이별을 옆에서 본다, 안에게 그는 거짓말로 알르바이트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에 가기 위해서라고. 이런 거짓말과 달리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이 마음이 강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나 자신도 이런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우에는 귀차니즘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예상 외의 마무리를 보고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가와 센리의 <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은 초반에 영 집중이 되지 않고, 상황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상황이 조금씩 이해되면서 그녀가 금요일에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과 실제 취향과 달리 끌려가게 된 팬 사인회의 장면들에 입감했다.


와타나베 유의 <핑퐁 트리 스펀지>도 처음엔 무슨 설정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로봇 없이 외출할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바뀌고 있는 우리의 삶이 보였다. 아시모프의 그 유명한 로봇 3원칙을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까는 모습은 아주 실무적인 태도다. 로봇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 있다는 설정에서, 그에 공감하는 분위기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로봇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대의 진보를 뒤집으려는 사람들의 저항(?) 혹은 반발을 느낀다. 고지마 요타로의 <어셥쇼>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떨어지고, 이 떨어진 소리를 듣고 천장을 치는 아래층 사람 이야기다. 후반부에 어셥쇼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녀가 남친의 폭력을 가끔 경험한다고 할 때 이 두 여인의 비틀린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오쿠다 미카코의 <종말의 아쿠아리움>도 낯설다. 결혼 후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카오의 심리를 다룬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일상은 좋지만 아이를 바라는 주변의 기대는 이 편한 일상을 뒤흔든다. 오해와 압박이 뒤섞이고,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이 없이 둘만의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부부들을 생각하게 한다. 가장 기대한 스미노 요루의 <컴필레이션>은 읽으면서 계속 이 상황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내었다. 기억나지 않는 하루와 처음 보는 오늘의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설정들을 계속 떠올렸다. 매일 새롭게 세팅되는 가상 현실, 혹은 리셋 되는 판타지 설정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이 세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떤 현실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불친절한 세계에 대한 설명이 머리를 더 복잡하게 한다.


이 앤솔로지에 나오는 수많은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우리가 살면서 자주 마주하는 일이다. 어떤 때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어떤 순간은 그 마음을 숨긴 채 가야 한다. 강제된 가야만 하는 상황도 우린 자라면서, 다니면서 자주 경험했다. 대표적인 곳이 학교와 회사다. 이미 한 약속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고 나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의 마음도 역시 많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싫은 사람과 앉아 있으면서 가고 싶어한 경우도 많다. 혹시 가고 싶다라는 마음을 담은 앤솔로지도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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