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정욱 외 지음 / 마카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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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 작품들을 자주 읽는다. 단편 수상작품집도, 장편 수상작도 기회가 되면 읽고 있다. 취향을 살짝 벗어나는 소설도 있지만 대부분 만족하면서 읽고 있다. 이번 단편집을 받고 이 수상작품집도 상당히 오랫동안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억의 혼란에 의한 착각이었다. 장편과 엮이면서 오래 전부터 읽은 것으로 헷갈린 것이다. 2021년 9회를 맞이했다는 사실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다섯 작품이 선별되었고, 나의 시선을 끄는 작품도 상당히 많다. 개인적으로 심사평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독자와 작가의 시선이 갈리는 부분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욱의 <네 딸을 데리고 있어>란 제목을 보고 단순 유괴 사건으로 생각했다.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마지막 단어 ‘있어’와 ‘있다’의 의미 차이는 상당하다. 아마 일반 유괴범이라면 ‘네 딸을 데리고 있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 의미 차이를 알려주는 과정에 흘러나오는 학교 폭력과 아동 학대는 예상을 벗어난 전개로 이어지게 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 속에 살지만 가해자는 인플루언서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최근 몇 년 동안 연예인에 대한 폭로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잠시 어리둥절했다. 앞의 문장을 다시 읽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최소 경장편으로 바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담의 <조립형 인간>은 생각하지 못한 설정으로 이어졌다. 힘들게 대기업 인턴에 들어갔지만 정규직 채용까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첫날부터 희주의 눈길을 사로잡은 남자 인턴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조금 황당한 설정일 수 있지만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을 돌아보면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욕망이, 강박이 담겨 있다. 치열한 경쟁과 욕망이 뒤엉키는 와중에 생긴 작은 사건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정규직 채용 과정에 벌어지는 남녀 차별이다. 비극도 그 속에서 잉태했다. 의문을 품게 하는 마지막 반전도 눈길을 끈다.


청예의 <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은 한방을 꿈꾸는 지우의 삶을 세밀한 심리 표현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에서 문자 해고된 후 취준생이 된 그가 바라는 것으 한방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다. 제목의 모임에 가입해 열심히 재테크 공부를 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한방에 있다. 이 클럽에 특별 게스트가 와 주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른 멤버들이 연 10% 수익을 말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대박을 꿈을 불어넣으며 특별 게스트와 모임장이 유혹한다. 불안감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욕망과 분위기에 휩쓸린다. 이 소설의 강점은 이 분위기와 심리 표현에 있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과와 예상하지 못한 지우의 반응이 씁쓸한 재미를 준다.


오승현의 <밸런타인 시그널>을 읽고는 당혹감을 느꼈다. 천문학 전공자 조는 현재 백수다. 그의 유일한 재산은 어머니가 물려준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다. 외계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평온한 일상 속에 유일하게 그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전 여친이 대학교수가 되어 방송에 나오는 것이다. 작은 열등감이 있다. 이때 윗집에 꼬마들을 데리고 한 부부가 이사 온다. 백수라 낯에도 집에 있는 그에게 아이들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우주로부터 이상한 신호가 잡힌다. 층간소음 문제도 발생하고, 외계의 신호는 그를 혼란으로 몰아간다.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틀어진다. 부동산, 층간소음, 담배 냄새 등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려내면서 한방에 판을 돌려버린다.


임수림의 <너에게>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인간과 놀아줄 목적으로 만든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다. 로봇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인간처럼 행동한다. 이 로봇의 외양은 만든 박사의 죽은 아들과 닮았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아는 순간 박사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한다. 이 호칭에 담긴 감정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는 이 로봇이 수안이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자신의 탄생과 수안에게 느낀 감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담담한 듯한 이야기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혹시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연작을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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