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현실적인 결말에 씁쓸해진다.

위험한 장난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상민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4월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전작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상당히 재밌다. 작가 후기를 보면 전작 <차가운 숨결>보다 먼저 구상한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인턴 생활을 할 때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인턴의 힘겨움은 다른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 워낙 많이 나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표현들이 나온다. 간호사에 대한 반감이 담긴 듯한 표현들이다. 나의 착각인지, 아니면 인턴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실제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주변에 아는 의사는 거의 없고, 가끔 간호사들의 이야기만 듣다 보니 괜히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소설 속 간호사들의 행동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현직 의사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다. 표지의 소녀 표정이 섬뜩하다. 명성대학교병원 속 환자나 의사 등이 귀엽게 그려진 반면 소녀의 웃음은 마냥 순수하게 볼 수 없다. 실제 이 소녀는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등장해 자신과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이때 느낀 소녀는 순수한 아이 모습 그대로다. 내가 느낀 표지 이미지와 많은 차이가 난다. 소녀가 할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수상한 장난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설 후반에 가면 정체가 드러나는데 서늘하다. 작가의 창작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병원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행위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그런 행위 뒤에 숨겨진 감정과 욕망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턴 강석호다. 그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바라고 있다. 인턴이다 보니 여러 과를 돌면서 업무를 배운다. 수없이 콜이 들어오고, 육체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다. 이런 인턴의 생활을 볼 때마다 왜 이런 열악한 도제 시스템이 병원에서 진행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인턴, 레지던트로 나누어지는 단계는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이들이 힘들어 하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생긴다. 인턴 1년차 석호는 환자를 대하는데 미숙한 부분이 많다. 실수도 자주 한다. 전문의로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문제들은 모두 환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살짝 분노한다. 나만 그런가?

인턴 석호에게 계속해서 콜이 들어온다. 그가 초기 대응하는 중 위급상황이 발생한다. 다른 인턴들이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한다. 심정지가 발생한다. 죽음 판정을 내리려고 하는데 교수가 나타나 절개 후 심장 마사지를 한다. 잠깐 심장이 움직이지만 결국 멈춘다. 이때 석호는 심장에 천공이 있는 것을 본다. 이때만 해도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실수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자신이 본 것을 다른 동료도 봤지만 이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이 사실을 절친한 선배 재욱에게 말한다.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스탠트를 사용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그 스탠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무 중 계속해서 콜이 들어온다. 정신이 없다. 환자들의 코로 관을 삽입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는 투덜거린다. 몇 가지 일들은 간호사가 해도 될 텐데 하고. 병원 규칙은 의사가 처치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간호사는 위급한 상황이 아닌데 환자에게 시달리기 싫어 계속 콜을 날리고, 방송까지 한다. 바쁘다. 너무 바쁘다. 그러다 그가 치료하던 환자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죽는다. 대학병원에서 죽음은 일상적인 것이지만 인턴의 실수는 흔한 일이 아니다. 소문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이런 와중에 그가 처러하던 환자 두 명의 죽음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통지를 받는다. 잘못하면 인턴에서 잘릴 수 있다. 자신이 본 천공을 이야기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것 없었다는 것이다.

석호는 자신의 의사직을 위해 이 사건을 파헤친다. 족보 위주로 공부해서 병의 연관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냉담하다. 실수와 실패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병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한 이력이 있다. 왠지 이 부분에 대한 단편이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수상한 죽음이 한둘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탐정 실력이 발휘된다. 자신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더욱 절박하다. 이 과정에서 병원의 문제점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결코 낯설지 않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진실이 밝혀진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력과 복수를 위해 스스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너무나도 현실적인 결말에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