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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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를 쓴 남자가 한 여자와 호텔 방으로 들어간다. 둘을 아주 친밀해 보인다. 유혹적인 몸 동작이 이어진다. 남자가 뒤에서 여자를 애무한다. 그러다 넥타이로 여자의 목을 감는다. 당긴다. 목을 파고든다. 여자가 저항한다. 밀착한 몸이 여자의 저항을 물리친다. 생명이 빠져나간다. 남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좀더 조른다. 완전히 생명이 빠져나간 여자와 춤을 춘다. 그리고 결혼반지를 빼고, 자신의 흔적이 묻어 있는지 확인한 후 휴지로 문 손잡이를 닦고 나간다. 이미 CCTV의 동선은 확인했다.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살인자는 떠난다. 이 장면을 보면서 결코 초범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인상적인 도입부다.


피해자의 이름은 지닌 해먼드다. 그녀는 유부녀이고, 회사 세미나로 낯선 도시에 왔다. 그녀의 시체를 발견한 호텔 직원이 신고해 조 푸르니에가 수사를 시작한다. 결혼반지를 제외하면 몸에서 사라진 것이 없다. 그녀는 얼마 전 경위로 승진했다.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닌의 남편과 친구 등을 만난다. 일상적인 수사다. 그녀와 함께 호텔에 들어간 남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그녀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남아 있지 않다. 남편은 돈을 절약하는 타입이지만 결코 아내를 죽일 인물이 아니다. 절친의 의견도 그렇다. 남편의 조카와 대립한 부분이 있지만 범인상이 맞지 않고 알리바이도 있다. 출장지의 하룻밤 일탈을 시도하다 살해당한 것일까?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면서 이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연쇄살인범 마크는 신중하게 자신의 목표물을 정한다. 목표물은 반드시 유부녀야만 한다. 대상을 고르는 장소는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 낯선 공간이지만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마크가 어떻게 목표물을 정하는지, 그에게 끌리는 유부녀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마크는 유부녀들이 남편이나 아이들 때문에 느끼는 상실감 등을 채워준다. 그녀들이 바라는 바를 온라인상에서 맞추어 준다. 그의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은 유부녀들이 더욱 조심하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 어쩌면 더 흥분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에밀리 카슨 사건은 그의 작업 방식과 그의 그물에 어떤 유부녀가 걸리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가 이런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도.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경찰은 연관성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다. 단독 살인이나 우발적 살인 정도로 생각한다. 지닌의 사건 발생 후 몇 개월이 지났지만 단서조차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사건은 시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단서가 쌓인다. 조 푸르니에 경위가 강제적인 휴가를 받아 뉴올리언스에 오지 않았다면, 신문을 보지 않았다면 결코 그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쇄살인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단숨에 범인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서가 더 생겨 가능성이 더 높아졌을 뿐이다. 조는 에밀리 카슨이 죽은 모습을 본 후 춤 동작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발 더 다가간 듯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어디에서 피해자를 유혹하는지 알고 있다. 답답한 기분이 든다.


연쇄살인범의 경우 살인의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다음 살인 대상을 온라인게임에서 물색한다. 이번 대상은 다이야니 몬턱이다. 이번 장에서 조는 온라인 게임의 단서를 발견한다. 작가는 게임에 대해 늘어놓는다. 마크가 게임 속 계정의 이름을 바꾼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탈퇴하고 새롭게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지만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연히 등록된 전화번호나 주소는 가짜다. 한국의 본인인증제도를 생각하면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새로운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살인범을 잡으려는 경찰과 새로운 피해자에게 작업이 들어간 연쇄살인범이 교차한다.


이 소설은 속도감이 아주 좋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구성과 조금 다르다. 등장인물들의 비중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사건 해결을 위한 조에게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크 중심도 아니다. 일탈을 꿈꾸는 유부녀들의 이야기도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보고 왜 그녀들이 이런 일탈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은밀하고 친밀한 유혹은 단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반전은 어느 순간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모두 읽은 지금 이 소설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호불호도 갈릴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조를 비롯한 형사들이 답답하다. 조 푸르니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의 첫 작품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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