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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평점 :
20대 생계형 여성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전편을 읽고 다음 권이 나오길 바랐는데 2년 반만에 나왔다. 일단 반갑다. 전편이 10개의 이야기를 실었는데 이번에는 15편이나 된다. 전체 분량은 비슷하니 편당 분량이 조금 짧다. 하드보일드 누아르 탐정이 되길 바라지만 전문 분야는 실종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의뢰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실종 사건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이 일이 탐정의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소설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탐정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의뢰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웃프게 풀어낸다.
탐정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공인되지 않은 직업이다. 자영업자이다 보니 생계를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뛰어다녀야 한다. 열 번 의뢰하면 한 번 공짜라고 외치지만 탐정에게 열 번이나 올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번 의뢰도 이상했지만 이번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의뢰는 그래도 나았다. 고3 수험생을 원하는 대학에 보내주지 못한 컨설턴트를 찾아달라는 것이니까. 뭐 실제 현실은 다른 쪽으로 흘러갔지만 말이다. 계약직 승희 씨의 차량 급발진(?) 사건은 또 어떤가? 그런데 이 사건은 의뢰받은 것이 아니다. 취업에 목맨 수많은 청춘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취업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진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정규직은 승진과 인증욕구에 시달린다.
30대 직장 여성이 고민을 털어놓는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이런 이야기를 왜 탐정에게 하지? 이 여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중산층이란 허상에 매몰되어 일생을 살아온 우리의 삶이 보인다. 그녀의 엄마가 내뱉는 말이나 반려자와 함께 살기 보다 자기계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은 뭔가 살짝 뒤틀린 것처럼 보인다. 좋은 직장에 취직했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고, 높은 급여 때문에 그만 두지도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귀신을 보는 친구를 등장시켜 사고사, 과로사, 자살 등으로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사회에 의해 내몰린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그리고 어린이 유튜버까지 등장해 우리가 가볍게 보는 영상 등의 이면을 파헤친다. 알면서 그냥 무심하게 본 것들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의 다음 걱정은 무엇일까? 하나는 승진이고, 다른 하나는 재산증식이다. 재산을 불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한국에서 권유되는 것은 주식과 부동산이다. 몇 년 사이에 부동산이 폭등해 영끌해서 집을 산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값이 영끌해서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본 자산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기레기의 의도적인 부추김이다. 하지만 미래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언론을 보고 태평하게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이런 영끌보다 안정적인 직장이 더 우선이다. 그 이전에 장학금을 받아 무사히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구구절절한 장학금 자소서에 부담감을 느낀 의뢰인은 또 어떤가.
불안한 청춘들은 작은 위로에 쉽게 넘어간다. 의도하지 않은 임신은 불안감을 키운다. 흔히 임신 사실을 알리고 같이 해결하라는 조언 대신 이 소설은 혼자 처리하라고 말한다. 자기 좋자고 콘돔을 멀리한 남자라면 나중에 이 사실이 소문으로 떠돌 수 있다고. 한 대 맞는 순간이다. 이 소설 속에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단의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지만 현실을 그대로 직시한다. 택배노동자가 일을 그만두기 위해 1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는 현실이나, 택배기사들의 까대기를 중단하기 위해 올린 택배 요금은 택배사의 수익이 되는 현실도 보여준다. 개인사업자라 4대보험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정규직 택배기사를 꿈꾸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나에게 택배를 배달하실 기사들이 다르게 보인다.
소설 속에 잠시 전일도는 탐정사무소를 개설한다. 혼자가 아니라 동업자가 있다. 전편에도 나온 사기꾼이다. 작은 사무실에 안마의자를 렌탈로 놓아두었다. 제대로 된 사무실 비품도 없다. 자신의 꿈이 살짝 이루어진 듯하지만 현실은 월세 등을 고정적으로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둘이 함께 해결(?)하는 의뢰도 몇 편 나온다. 생각보다 케미가 나쁘지 않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면 다시 나올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은 또 다른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은 불법인 동성혼과 계약 중단이란 암담한 현실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역시나로 바뀌고, 무거운 현실은 생계형 탐정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쉽게 좌절하고 무너진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엮이고, 위로하고, 뒤섞여 살아간다.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