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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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가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원하는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라고 극찬한 작품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나보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평은 극찬 일색이다. 책을 받고 읽을 일정을 세웠는데 에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서 일정들이 꼬였다. 생각보다 늦게 읽게 되었는데 나의 마음 한 곳에서는 아껴둔 책을 읽는다는 쪽으로 위로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다 시간 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한 마디로 아주 멋진 미스터리 소설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네 명의 시선으로 풀어가는데 각자의 입장과 사연들이 엮이고 꼬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또 어떤가! 나쁘게 보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지만 실제는 촘촘히 쌓아 올린 이야기의 결과다.


네 명은 조류학자이자 탐정인 푸얼타이 교수와 전직 형사였던 뤄밍싱과 거레이 변호사와 괴도인 인텔선생 등이다. 사건은 1월1일 캉티뉴쓰 호텔 사장 바이웨이둬가 산책로에서 총을 맞고 죽은 것이다. 그 시간대에 산책로를 드나든 사람도, 단서도, 목격자도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밀실 같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다. 가능성이 나오면 다른 증거에 의해 소거된다. 이때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이 호텔에 온 조류셜록이라고 불리는 푸얼타이가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적한다. 호텔 조경을 담당하던 황아투라고. 살인자가 숨은 곳도 알아낸다. 그런데 황아투가 죽은 책 발견된다. 다른 누가 있는 것일까?


전직 경찰이자 현재 사립탐정인 뤄밍싱은 고도비만이 시달리고 있다. 한때 그의 정보원이었던 여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 캉티뉴쓰 호텔에 왔다. 그가 경찰을 그만두게 된 사연이 나온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아주 뛰어난 형사였다. 많은 사건과 중요한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 이런 실력이 발휘된 결과로 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 호텔에서 그가 변한 모습에 놀란 이전 친구와 아내가 등장하고, 그의 작은 실수는 결국 바이웨이둬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푸얼타이 교수가 지목한 범인 외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적한다. 사건이 꼬인다.


거레이 변호사는 이혼전문변호사이자 뤄밍싱의 전처였다. 피살된 바이웨이퉈의 아내인 란니의 오랜 친구다. 란니의 의뢰로 바이웨이퉈의 사생활을 조사하던 중이고, 또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녀가 뤄밍싱과 이혼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 엇갈린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다면적으로 보게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이유다. 그녀는 란니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치내면서 황아투에 대한 비교적 잘 안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이자 탐정의 조사는 이 사건의 또 다른 부분을 지적하게 만든다. 각자의 사연으로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새로운 사실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그녀가 지적한 범인 중 한 명은 한때 유명했던 괴도 인텔 선생이다.


마지막 화자는 신출귀몰한 솜씨로 부유층만 전문적으로 털었던 괴도 인텔 선생이다. 그는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이전의 파트너가 그를 다시 도둑질로 이끈다. 거래의 대상은 바이웨이둬였다. 그가 괴도가 된 사연이 흘러나오고, 우연히 발견한 단서들이 사건의 다른 면을 엿보게 한다. 그가 도둑질을 그만 두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사회의 변화에 대해 목사와 나눈 대화다. 그가 도둑질로 사람들을 돕는다고 바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려주고, 한 신부의 오랜 세월 선교 활동의 결과로 신도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돌렸다. 그가 또 다른 범인을 지적할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네 명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각각 완벽하지 않지만 그 과정들이 덧붙여지면서 진실의 실체가 드러난다. 셜록 홈즈의 패러디인 푸얼타이 교수가 보여준 놀라운 추리는 탁월한 직관과 통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이지만 이 복잡한 사건을 완전히 밝히는 것은 무리다. 다른 사실을 가지고 다가온 화자들이 보여준 진실의 한자락도 마찬가지다. 앞의 완전하지 못한 허점을 조금씩 메우면서 나아간다. 그 과정에 나타나는 그들의 사연은 그 자체로 재밌고 흥미롭다. 이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가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 정도 필력과 캐릭터 형성 능력이라면 다른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독자처럼 다음 작품을 빨리 내주길 바란다. 이미 출간된 책들이 있으니 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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