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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하우스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4
김효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평점 :
안전가옥 오리지널 15번째 소설이다. 검색하니 이상하게 이 오리지널 시리즈만 많이 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 브랜드인데. 단편 위주로 읽다 보니 장편에 조금 소홀한 듯하다.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안전가옥이란 이름 때문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이전에 읽었던 <미세먼지> 앤솔로지 속 단편 <우주인, 조안>이 전부였다. 희미한 기억 때문에 이전 서평을 찾아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 저질 기억력이란. 다만 마무리가 낭만적이라고 적은 것이 보인다. 이번 장편도 상당히 알콩달콩하고 곳곳에 로맨스의 향기를 풍기는데 말이다.
연쇄살인마를 찾는 소설이 아니다. 연쇄 살마마 사건을 다룬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크리스마스에 제주 삼해목장 말이 죽은 기이한 사건이다. 민박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꾸고, 직원 면접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울을 특급호텔에서 일한 호텔리어가 제주도 중산간 게스트하우스 직원으로 오다니 이상하다. 하지만 많지 않은 지원자와 상당히 좋은 스펙은 그를 뽑게 한다. 구이준이 크리스하우스 직원이 된다. 뭔가 사연이 분명히 있다. 이 사연은 나중에 밝혀진다. 그리고 삼해리에서 그는 크사장으로 불린다. 호텔에서 일할 때 습관을 이 크리스하우스에 그대로 적용한다. 몇 가지 금기 사항을 적용하고 있는데 어느 날 이것이 깨진다.
금기가 깨어지는데 일등공신은 연쇄 살마마 사건을 조사해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소설가 지망생 이제인이다. 그녀는 크사장 누나의 친구이자 한때 그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든 누나다. 방송작가로 일하다 소설 소재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이 크리스하우스에 왔다. 우연히 구이준을 만났다. 이준은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약점이 잡혔다. 제인은 그를 구난이라 부르면서 탐정 조수로 부린다. 구난이란 이름을 보면서 명탐정 코난이 떠오른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추리 마니아이자 넉살 좋은 그녀는 크사장이 어려워하는 마을 사람 속으로 쉽게 파고든다. 좌중우돌하면서 이들은 연쇄 살마마 사건을 하나씩 해결한다. 이 과정은 이 커플은 삼해리 해결사가 된다.
낯익은 설정과 재밌는 캐릭터 등의 조합은 뛰어난 필력과 어우러져 재밌는 장면들을 많이 만든다. 하나의 살마마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이 둘의 관계가 조금씩 밝혀지고 가까워진다. 연쇄 살마마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 때 이 소설을 재미는 더 높아진다. 평범한 듯한 중산간 마을 삼해리 사람들의 일상이 나오지만 그 속에는 살짝 악의가 숨어 있다. 물론 선의도 무시할 수 없다. 크사장도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사건 해결 과정에 마을 사람들 사연을 알게 되면서 점점 그 마을에 동화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과 감추어진 사연은 사건 해결 과정에 드러나는 재미 중 하나다. 물론 이 과정에는 조용히 마을 사람을 태우고 다닌 크사장과 대놓고 다가간 제인의 역할이 크다.
경쾌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톡톡 튀는 전개와 상황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듯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는 후반부에 가면 액션도 가미된다. 연쇄 살마마 사건을 다루어서 그런지 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도 있다. 진실의 한 자락을 말을 통해 알려주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웃으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펼쳐진 일들은 모두 부 이장과 관련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한 후 부 이장과 술 마시다 취해 삼해리 해결사를 자처하는 과정과 후반부의 액션이 그렇다. 소설을 읽을 때는 제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했는데 부 이장 등이 생각보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큰 힘을 발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