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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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데뷔작이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분량이 각각 다르다. 마지막 제4화가 가장 분량이 많다. 앞의 3화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마지막 이야기는 앞에 출연한 인물들이 모두 모인다. 이들을 모은 인물이 읽다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마쓰리비 사야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세 번째 에피소드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에 등장한 이야기를 다시 되돌려보았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그녀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런 괴이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각 에피소드의 화자가 다르다. 첫 번째 화자는 고등학교 수학선생 사카구치다. 학교 여선생의 새 책상 옮기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가 마쓰리비 사야를 만난다. 착하지만 약간 어색한 이미지를 받는다. 그런데 사야가 교실 바닥의 보면서 나무 바닥판을 뒤집는 기이한 존재에 대해 말한다. 이 괴물을 피하는 방법은 뒤집은 판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은 자신이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소년은 매일 밤 지네 모습의 생물체에 쫓긴다. 잠만 들면 나타난다. 이 존재를 아는 친척 누나가 절대 신사에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지각하기 전에 선배 한 명이 그의 손을 잡고 지름길이라고 말하면서 신사를 통해 끌고 간다. 그 선배가 바로 사야다. 이때만 해도 사야가 반복해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세 번쩨 에피소드는 10년 전 한 존재로부터 작은 도움을 받고 10년 후 그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다. 여섯 살 어린 소녀가 맺은 계약은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공정계약이다. 하지만 그 존재에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3년, 7년마다 나타나 계약을 상기시키고,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이 존재는 나타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7년이 지난 시점에 그녀에게 작은 조언을 하는 동기가 나타난다. 역시 사야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앞에 나온 세 명과 사야가 함께 사야의 오빠를 구하기 위한 계획에 동참하는 것이다. 축제의 밤에 마물의 미끼가 되어 밤새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인물은 사카구치 선생이 유일하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 사카구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작가가 살짝 흘린 단서를 금방 알 수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모인 인물들은 모두 사야의 도움을 받았고, 위험한 순간이 되면 마물의 미끼를 버리면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뜰 때까지 운전을 하면서 마물을 피해야 한다는 설정을 보면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장시간 해본 사람이라면 최소 열 시간 운전이 얼마나 힘든 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사카구치는 사야가 말한 내용의 잘못된 부분을 알고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기이한 마을 풍경이 의미하는 바도 깨닫는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몰입감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의 모습은 내가 본 영화 등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상상하면서 긴장감을 계속 유지했다. 몰입감이 대단히 좋다.


소설 속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예상 가능한 부분도 많지만 순간적으로 공포감을 불어오는 장면 연출이 뛰어나 순간 서늘함을 느낀다.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뻔함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방법이 뻔하지 않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의심의 씨앗이나 공포스러운 존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도 않는다. 실제 마지막에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알려줄 때 책 첫 부분으로 돌아간다. 그 이야기를 알려준 새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실제 일본에서는 이 다음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정도의 완성도와 재미라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두 거장 미야베 미유키와 기시 유스케의 평에 동의한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고, 공포의 형태가 한껏 다채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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