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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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라인업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참여한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이 단편집의 무대는 학교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 공간이지만 선생을 하는 친구 덕분에 가끔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때와 많이 달라진 현실 이야기를 듣지만 아직 그 변화가 실감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가장 크게 변화를 절감하는 부분은 쓰는 단어들이다. 줄임말과 속어 등은 너무 낯설다. 그리고 무심코 보고 지나간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단편들도 있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부분이 이 앤솔로지의 매력이다.


<어느날 개들이>는 강지영의 단편이다. 예전에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학교 수행평가 주제가 ‘어느날 개들이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이란 가정이다. 풋풋한 청춘들의 일상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빠르게 접게 만들고, 서늘한 이야기가 바로 흘러나온다. 읽다 보면 강지영의 느낌이 확 다가오지만 단편이란 아쉬움을 더 느낀다. 정해연의 <넌 몰라>는 마지막 쪽을 덮을 때 제목의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서울대 음대를 목표로 하는 화자가 유튜버로 뜬 친구 배도혁을 질투하면서 생긴 일을 다룬다. 질투의 감정을 부인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화자가 사건의 이면을 깨닫는 순간 반전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늘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


조동신의 <참수>는 섬뜩한 제목이지만 실제 사람의 목을 치지는 않는다. 그 대상은 학교에 있는 단군 동상이다. 쉽게 생각하면 광신자의 행위일 것 같지만 목을 자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 선생이 이 사건을 전에 살인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는 학생에게 의뢰한다. 의뢰비는 자신의 사촌여동생 소개다. 학생 탐정의 활약은 현장 조사와 추리를 통해 빛을 발한다. 그런데 어떤 소설에서 이 학생이 살인사건을 해결했을까? 궁금하다. <선생님은 술래>의 작가 최동완은 아주 낯설다. 이력을 검색하면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것은 학교의 흡연 문제다. 흡연 학생을 적발하려는 노력을 다루는데 아주 현실적으로 문제에 다가간다. 학교 내 분위기와 학생과 선생의 갈등 등도 잘 다루고 있다. 트릭만 놓고 보면 뛰어난 부분이 없지만 이 트릭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과 과정이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정명섭의 <ㄷㅇ의 비밀>은 초성만 보내 놓고 사라진 친구를 찾는 내용이다. 작가 특유의 가독성 있는 매끄러운 진행과 새로운 문제를 던져 놓은 부분은 단편이란 공간에서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풀어놓은 ‘방과후 탐정단’은 후속작을 기대하게 한다. 아이돌 산업이 만들어낸 폐해 중 하나를 다루는데 솔직히 몰랐던 내용이다. 물론 아이돌의 앨범이나 굿즈가 어떤 식으로 팔리는지는 알고 있다. 회사 직원이 자기 딸 학교 전교생에게 강다니엘 앨범을 돌린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면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윤자영의 <학교가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제목을 보면서 내가 과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살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인 학교가 얼마나 불공정한지는 수없이 경험했다. 내때보다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성적 바꾸치기는 처음 본다. 갑을의 대립에서 을의 반격과 새로운 갑의 등장을 알리는 마지막은 서늘하고 씁쓸하다.


이 여섯 편의 단편에서 실제 살인을 다룬 작품은 한 편이고, 나머지는 모두 학교 내의 수많은 문제들을 다룬다. 질투, 학업 스트레스, 흡연과 교권, 학생을 노린 어른들의 탐욕, 높은 내신 등급 등이다. 누구나 읽다 보면 자신의 학창 시절과 비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주할 것이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일도 있어?’ 하고 한탄하는 대목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예전 소설에서 자주 본 교권만 내세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들이 섬세하게 신경 쓴 부분이 보인다. 몇몇 작품에서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을 집어넣었는데 살짝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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