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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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의 취향을 생각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 해에 한두 권 이상은 읽고 있다. 대부분 외국 소설인데 이번에는 한국 소설이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소개가 마음에 들었다. 죽음을 앞둔 그녀 은제이와 매일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남자 전세계의 시한부 사랑(100일 계약)이란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탄생한 종이책이라고 하니 또 마음이 움직였다. 다 읽은 지금 결론만 먼저 말하면 가독성이 좋고, 곳곳에 유머가 지루하게 하지 않지만 다른 로맨스처럼 감탄할 내용은 아니란 것이다.


후반부가 진행되면서 나의 머릿속은 이미 결론에 대한 예측이 떠올랐다. 이 예측은 사실로 마무리되었다. 이 소설 속 두 주인공 은제이와 전세계는 엄청난 재력을 가진 여자와 멋진 외모의 남자다. 이 둘이 만나 사랑한다는 전형적인 설정에서 시작한다. 제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죽음이 예정되어 있고, 전세계는 이런 그녀에게 빠져든다. 진행만 놓고 보면 아름다운 사랑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만남은 계약으로 맺어져 있다. 전세계가 제이와 계약을 맺고 남자 친구처럼 행동한다는 조건이다. 계약금은 3억 원, 월 3백만 원의 급여 조건이다. 엄청나다. 보통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인 계약이지만 현실은 가끔 상상을 뛰어넘는다.


멋진 외모를 가진 전세계는 여자를 유혹해 집도, 차도, 돈도 받는 나쁜 남자다. 그에게 빠진 유부녀가 이혼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곳으로 호빠가 생각나는데 구체적인 그의 직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여자들의 등골을 빨아먹고 내친다는 부분만 나올 뿐이다. 큰 키에 잘 생긴 외모만 부각하고, 사랑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들이 보낸 문자가 앞에 잠시 나오지만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단지 그의 이전 삶이 나의 눈에 조금 거슬렸을 뿐이다. 멋진 외모로 쉽게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남자와 계약을 맺은 시한부 인생의 재벌 2세 이야기라니 너무 익숙한 설정이다.


이전까지 많은 소설은 남자가 부자고, 여자가 가난했다. 영화 <프리티 우먼> 같은 설정이 많았는데 이 소설은 이것을 살짝 바꾸고, 시한부 인생과 순수한 사랑을 섞었다. 돈이 귀한 줄 모르는 제이가 전세계에게 너무 쉽게 돈을 쓰는 장면은 역시 내 취향이 아니다. 이전에 재밌게 읽은 로맨스 소설은 현실적인 일상 속에서 엮이고 꼬이면서 사랑을 만들어 갔는데 이 소설은 거침없이 나아간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소비의 한도가 없다. 그리고 갈등을 고조시킬 악당도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제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뿐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는 평범하지만 한 번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은 그녀에게 특별한 일이다. 소위 말하는 귀족이 평민 체험 같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앞에 나쁜 말을 잔뜩 썼지만 가독성 좋은 문장과 개성적인 캐릭터와 톡톡 튀는 대사는 확실히 눈길을 끈다. 읽으면서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오래 전 드라마를 끊었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잘 먹히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에 거슬리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정말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남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었다. 사랑하지만 죽음이 눈 앞에 있기에 조심해야 하는 그 기분과 그 아슬아슬함을 잘 녹였다.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재밌는 부분들이 많다. 과거 평범한 커플의 순애보 사랑과는 분명하게 다른 방식의 사랑이다. 나의 취향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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