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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숨 - 혼자하는 숨바꼭질
전건우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평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발 맞춘 기획 소설집이다. <오징어게임>을 보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몇 가지 추억 놀이가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안다. 이 앤솔로지도 추억의 놀이들을 배경으로 호러, 공포, 미스터리 등을 풀어낸다. 읽으면서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거나 사라진 놀이들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늘 반가운 작가들과 새로운 작가들의 만나게 되어 신났다. 예전이라면 이런 기획을 좋게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런 종류의 출판이 재밌어진 것을 보면 나도 많이 바뀐 모양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대박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것 정도랄까!
첫 단편은 반가운 작가 전건우의 <얼음땡>이다. 이 단편에서 추억의 놀이 얼음땡은 솔직히 말해 많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더 많이 했다. 추억은 잠시 뒤로 하자. 소설 속 주인공 조상우는 나이 마흔에 사채업자에게 쫓긴다. 이 모든 상황에서 달아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목을 매어 죽는 것이다. 목을 매는 순간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30년 전 친구들과 함께 얼음땡 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게 쫓긴다. 살기 위해 얼음을 외친다. 이 얼음을 풀어주는 누군가가 땡을 외쳐야 한다. 이 게임은 30년 동안 끝나지 않았다. 약간 감상적인 면이 있지만 서늘하고 긴박감 있게 상황이 전개된다.
처음 만나는 작가는 홍정기다. 사실 이 이름보다 네이버 블로거 ‘엽기부족’이 더 친숙하다. 작가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그가 선택한 놀이는 숨바꼭질이다. 그것도 혼자하는. 이 혼숨은 일본 도시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어로는 ‘히토리카쿠렌보’이다. 작가는 학교 괴담과 학교 폭력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형을 이용하 주술은 낯설지만 쫓고 달아나는 과정은 상당히 긴장감 넘친다. 일본 도시전설을 끌고 온 것은 조금 아쉽지만 섬뜩한 살인과 그 이유를 알려주는 마지막 설명은 멋진 반전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야, 놀자!>의 양수련도 반가운 작가다. 그의 바리스타 탐정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이 단편에서 추억의 놀이는 ‘땅 따먹기’다. 이 놀이가 묘 뺏기 놀이로 변주했다. 묘를 밟고 논다는 것이 조금 낯설지만 나중에 그 사연이 나와 뭉클했다. 주인공 혁이 평생 잊지 못하는 소녀가 묘이다. 잠시 논 친구지만 강하게 각인되었다. 40년 전 사천 외할아버지댁에 놀러가서 한동안 즐겁게 보낸 추억을 바탕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그때 기존 놀이를 변형해서 즐겁게 친구들과 놀았던 윤이 입원했다는 현실은 과거의 향수를 더욱 부채질한다. 매끄럽게 전개되면서 중늙은이의 향수를 자극한다. 예상한 존재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과거사가 반전처럼 흘러나온다.
다른 앤솔로지에서 만난 작가가 조동신이다. <불망비>는 ‘비석치기’를 소재로 한다. 기본적으로 탐정물이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민속놀이 축제가 벌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비석치기다. 결승전에 참가한 정두수가 니코틴 중독으로 죽는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죽었다. 살인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완전범죄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찰이 이 놀이에 참가한 두 여자를 용의자로 생각하자 부모는 탐정에게 사건해결을 의뢰한다. 탐정 조대현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 콤비 상당히 매력 있다. 정두수의 바람기와 과거의 자살 사건 등이 엮인다. 문장이나 전개가 조금 거친 면이 있다. 트릭을 보면서 시체 검시할 때 그 흔적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