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으로 해외 여행은 한 것은 2019년 연말 즈음이었다. 그 후 2달만에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혔다. 이때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2021년이 되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들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살짝 열린 문이 다시 조금씩 닫히고 있다. 아마 내년이면 올해보다 해외 여행을 하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나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동안 듣던 여행 팟캐스트나 여행 에세이 등을 멀리 했다. 이런 방송을 듣고, 책을 읽다 보면 나가고 싶은 열망이 더 커질 것이 뻔하니까. 그러다 살짝 가능성이 비치자 한 권씩 읽게 된다. 이 책도 그래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길지 않은 나의 여행 경험과 여행 컨설팅 대표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을 비교하며 읽는 동안 잠깐 여행의 즐거움을 누렸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은 책 가장 끝에 나온다. “아직도 여행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아직도 설레여서 다행이다.”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가장 강하게 맞은 해외 여행사 대표가 내뱉는 이 말은 진한 울림을 준다. ‘아직도’란 단어가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 이런 느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풀어낸 수많은 이야기들과 관계 있을 것이다. 고객을 관리하면서, 고객의 사소한 실수를 처리하면서, 나에겐 진상처럼 느껴지는 손님을 대하면서도 운영했던 그 여행사를, 코로나 19로 2년 가까이 문을 닫고 있어도, 그 여행을 설레고 좋아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자신이 정말 좋아해야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에세이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가 여행사를 하면서 만난 고객들과 관계 있다. 단순히 고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여행지 등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같이 나온다. 삐삐섬의 미얀마 소년부터 방콕의 쿤 아저씨까지 다양하다. 이 인연은 짧은 만남부터 긴 시간 여행 파트너까지 다채롭다. 하지만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고객들이다.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 생기는 에피소드는 출산을 하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고객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내 머릿속은 이 여행사를 한 번 이용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늘 자유여행만 가는 나인데도 말이다. 물론 나의 첫 해외여행은 패키지였다.

이 에세이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 있다. 발리, 태국, 하와이 등이다.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문제들도 아주 다양하다. 나라의 국빈이 리조트를 모두 빌려 다른 곳으로 가야 하거나, 장애인을 위한 계획을 짜거나, 멋 모르고 비싼 세탁 서비스를 이용한다. 주차 실수도 빠질 수 없다. 아이가 여권에 낙서를 해서 급하게 단수 여권을 만들고, 사라진 유모차 때문에 안절부절한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라면 비행기 비상구가 일회용이란 것이다. 이 실수가 빚어낸 여파로 당사자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다른 여행객들은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부터 망친다. 그리고 여행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돈이나 물품 분실 문제도 같이 다룬다. 어떻게 보면 여행사 사장님의 고객 관리 체크 리스트 같다.


많은 경험담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비롯했다. 고객들의 성향에 따라, 사건의 무게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렇게 보상을 해주면 회사 이익이 날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늘 있지는 않을 것이다. 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준 팁이 어떤 경우는 너무 과했고, 어떤 순간은 너무 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팁은 정말 어렵다. 여행자 보험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에피소드는 읽으면서 불안불안했지만 상당히 잘 마무리되었다. 작가가 가진 공황 장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가 예전에 느꼈다는 그 무서움의 원인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마지막 가족 여행은 읽으면서 살짝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지난 여행 기억을 생각보다 많이 떠올렸다. 왠지 앞으로의 여행보다 과거 여행 회상을 더 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