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독해줘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7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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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의 작가가 쓴 소설이다. 이전 소설을 재밌게 읽었는데 제목은 기억해도 작가는 잊고 있었다. 나의 저질 기억력 탓이다. 보통 관심 있는 소설을 발견하면 작가 이력을 보는데 이번에는 놓쳤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받을 때 예상한 쪽수보다 조금 더 많았지만 가독성이 좋아 아주 잘 읽혔다. 재미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이 아니라는 생각을 바로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많던 중국 판매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다. 오래 전 명동을 가게 되면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길 양옆에 가득한 화장품 가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노점들과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고, 중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던 시기의 이야기다. 주인공 소민은 서른 살이고, 공시생 생활을 접고 친구 유화의 부모님 도움으로 명동 코스메로드 화장품 매장 페이스페이스 직원으로 취직한다. 이 매장에서 소민은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다른 직원들은 조선족이거나 한족이다. 가장 중요한 고객이 중국인이다 보니 이렇게 구성되었다. 한때 면세점 직원들이 대부분 중국어 가능자들도 채워진 것도 생각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그녀가 화장품 매장에서 바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론을 먼저 공부한 후 실행으로 옮기는 성격도 현장 적응에 더디게 만들었다. 이 이론을 작가는 이야기 사이 사이에 넣어서 재밌는 상식들을 알려준다. 주요 고객들이 중국인이니 중국어를 해야 매상을 올리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는데 그녀는 중국어를 못한다. 다른 직원들 과도 거리감이 조금 있다. 고시원을 나와 갈 곳 없는 그를 구해준 것은 부랄 친구라 부르는 강하오다. 그는 날씬한 몸매, 큰 키, 작은 머리를 가진 한마디로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다. 그를 보고 한족인 빙빙이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뭐 이 때문에 나중에 오해를 받는다.


소민은 직원의 인스타를 통해 드래그퀸 버거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버거가 자신과 같은 옥탑방에 사는 부랄 친구 강하오다. 왜 하오가 자신의 방을 꼭꼭 닫고 다닌 것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소민은 하오에게 자신의 맨 얼굴을 화장해 인스타에 올리자고 말한다. 이 시도는 좋은 반응을 얻지만 소민의 정체가 밝혀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하지만 좋은 점 하나는 소민의 매출 실적이 올라간 것이다. 하오가 사용한 화장품이 페이스페이스 것이다 보니 회사 회장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소민의 본사 정직원 채용을 미끼로 인스타에 많이 알려진 버거를 광고에 활용하려고 한다. 이 일은 이후 이런 저런 사건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게 한다.


소설은 가볍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청춘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조선족 아줌마와 그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그냥 무심코 본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소민의 절친 유화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부모님 식당에서 불판을 뒤집고 있고, 하오는 미대생이지만 호텔에서 일한다. 이들에게 대학 전공은 그냥 하나의 시도였을 뿐이다. 전공한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간결하게 녹아 있다. 다행이라면 이들은 절망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화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 있고, 하오는 옥탑방이, 소민의 경우는 일단은 하오가, 정 안 되면 이혼한 부모 둘 중 한 명을 찾아간다는 계획이 있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아주 힘든 현실에서 무거운 어둠을 안고 살지 않는다. 물론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잘 읽히고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톡톡 튀는 문장들이 시선을 계속 끈다. 감상적인 부분은 최대한 절제하고 상황을 밝게 그려내고, 다양한 캐릭터를 잘 배치해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다. 현실에 대한 묘사도 잊지 않는다. 사실대로 보여준다. 소민의 해고가 왜 문제없는지 말할 때, 해고 통지가 문자로 올 때 낯익은 과거의 한 장면을 만난다. 버거에 대한 소문의 원천을 찾았을 때 그 상황은 또 어떤가.  읽으면서, 모두 읽은 후 나의 머릿속은 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면 재밌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들이 선택한 길은 이 소설의 제목과 이어진다. ‘구독과 좋아요’를 이 작가의 다음 작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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