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신재현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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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4박5일 일정이었다. 이틀은 성산 근처에서, 이틀은 한림에서 머물렀다. 두 숙소의 공통점은 미온수 수영장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아이와 수영장에서 놀았다. 그 나머지 시간은 천천히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비자림을 걷거나 카터나 말을 탔다.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를 덧붙이면 해변에서 잠시 놀았다는 것이다. 가을의 찬 바람은 아이를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거의 매년 오는 제주도이다 보니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한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처음에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나의 생각과 다른 생활이 나왔다. 그리고 오래 전 제주도에 있는 회사로 직장을 옮긴 후배가 떠올랐다.


한때 제주도에 갈 일이 생기면 후배에게 전화해 맛집이나 볼거리 등을 물어봤다. 덕분에 저렴하고 맛있는 횟집에서 잘 먹었다. 아쉬움이라면 가족들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아내와 제주도에 다시 왔을 때 후배가 보내준 관광지에 대한 간단한 정보다. 2박3일 일정이었는데 거의 제주도를 한바퀴 돌았다. 지금도 그때 둘러본 곳을 가거나 지날 때면 그 추억이 샘솟는다. 시간의 변화 속에, 동행자에 따라 가지 못할 때는 아쉬움을 품고, 다음을 기약한다. 그리고 다시 제주도가 생각나면 옛 기억을 들추면서 다시 가보고 싶어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교사다. 서울에서 부장 교사를 하다 제주도에 반해 가족들을 데리고 내려갔다. 흔한 제주살이나 이주기와 다른 점은 이 부부가 둘 다 교사란 점이다. 더 놀라운 점은 저자가 다시 시험을 봐서 제주도 교사가 된 점이다. 대단하다. 현재까지 그들이 제주도에 산 시간은 4년이다. 2년은 성산 근처에서 살았다고 한다. 아마 이번 제주 여행 전에 이 책을 봤다면 갈 곳이 몇 곳 더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가을 억새들을 보았지만 산굼부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내년 가을에 가게 된다면 잊지 말아야 할 텐데.


저자의 제주 사랑이 가득하다 보니 좋은 점만 늘어놓는다. 제주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보다 타운하우스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린다. 편함과 필요함의 결합이다. 이들과 어울리고, 교류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제주에 살기 때문에 여행자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글 곳곳에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녹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내가 자란 곳도 바닷가 도시인데 사실 이 부분은 잘 인식하지 못했다. 어릴 때 누가 이런 것에 신경 쓰겠는가. 캠핑의 천국이란 단어를 보고 이번 여행에서 본 캠핑장이 먼저 떠올랐다. 서울 등의 캠핑 마니아들인가 하고 생각했다. 괜히 캠핑차 대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읽으면서 본 사진 속 풍경은 낯익은 곳이 상당하다. 아마 잘못된 기억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주 여행에서 느낀 것은 제주도 해변 풍경이 조금씩 혹은 많이 달라 잠깐 머물다 가기 좋았다는 점이다. 해변 카페를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고, 아이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어 가지 않았다. 우도 예찬을 보면서 몇 년 전 우도에서 1박한 것이 떠오른다. 경로 우대 받을 수 있는 노인이나 어린 아이가 있으면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데 저자는 아예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사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이 조건을 생략한 것인지 모르겠다. 우도는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과장된 먹거리도 있지만 천천히 머물고 싶은 곳이다.


제주도 사람들도 호캉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보고, 서울 사람들이 호캉스 가는 것을 떠올렸다. 코로나 19 때문에 제주도 겨울이 성수기처럼 되었는데 아쉽다. 연말에 한 번 더 가자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지난 여행에서 놓친 것들이 많이 보인다. 제주에 오래 산 후배가 보기에는 별것 없는 것들이겠지만 우리에겐 신선하다. 4년 산 그들도 제주도가 이제는 이전처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느낌을 전한다. 물론 저자는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주도 한달 살기를 떠올리는데 직장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늘 제주도 앓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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