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올해 초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란 공포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작가로 검색하니 낯익은 책이 한 권 보인다. 재밌게 읽은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다. 최근에 나온 소설을 제외하면 네 권이 출간되었는데 3권이나 읽었다. 많다고 생각하면서 출간된 연도를 확인하니 처음 읽은 소설을 제외하면 모두 올해 출간되었다. 단순히 추세만 본다면 내년에도 상당한 소설이 번역되어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기에 반가운 부분이다. 만약 추세가 꺽인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띠지의 문구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오늘 밤 그를 죽이지 못하면 그녀가 죽는다. 이번에도 신은 답을 알고 있을까?” 표지에 나온 두 소년을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는 과거의 사건과 성장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 펼쳐 읽으니 그 속에 나온 이야기는 소년 명탐정 이야기다. 역자도 쓴 것처럼 소년판 셜록 홈즈다. 4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다섯 개의 사건을 다룬다.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연작집이 아니다. 학원물과 성장을 같이 묶은 조금은 아기자기한 소설이다. 그렇다고 신이라고 불리는 미즈타니의 추리가 허술한 것은 아니다. 아주 뛰어나다.


친구들 사이에 미즈타니는 신이라고 불린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의하면 그 답을 내주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사토하라가 미즈타니에게 처음 도움을 청한 것은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벚꽃절임을 흘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을 찾아갔는데 사토하라가 이 절임을 만드는 방법을 잘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며칠 여행 간 사이에 같이 절임을 만든다. 그리고 유기 고양이 한 마리를 할아버지에게 전달하기로 한다.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고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벚꽃차를 만든다. 그런데 할아버지 몸에 이상이 생긴다. 약을 먹고 괜찮아진다. 여기서 미즈타니가 얼마나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난다.


띠지에 나온 이야기를 다룬 것은 2부다. 아이들의 작은 배려가 이상한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이것을 미즈타니가 알아챈다. 자신의 추론을 말하는데 그 대상이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부탁한다. 파친코에 다니는 아버지를 멈추게 해달라는 것이다. 새로운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란 가와카미의 의견이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낸다. 하지만 실행일에 벌어진 사건 하나와 가와카미의 집을 방문해서 마주한 사실들은 단순히 파친코에 가는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 아래 놓여 있는 가와카미의 현실이 나타난다. 사토라하가 낸 아이디어는 정답에 가깝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이 이야기는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도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학교 기마전과 학교 괴담 등을 다룬다. 약간 소소한 에피소드인데 학원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재밌게 풀어낸다. 예상한 반전 하나와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가 나온다. 이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잠시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고 하면 과한 반응일까? 특히 기마전 이야기는 미즈타니의 전술과 상관없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학교 괴담은 가와카미와 이어져 있는데 괴담을 미즈타니에게 상담하러 온 소년의 진술과 허세가 재밌다. 그리고 찜찜한 사실 하나가 남는다. 그 찜찜함은 화자인 사토하라가 미즈타니에게 숨긴 사실에서 비롯한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캐릭터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리즈가 계속 나와 ‘신’의 활약을 보고 싶다. 멋진 캐릭터가 활약하는 학원 미스터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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