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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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가 전건우 단편집이다. 표지가 촌스럽지만 섬뜩하다. 일곱 편이 실려 있다. <괴담수집가>를 제외하면 장편소설 두 권을 재밌게 읽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들은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런 연작소설을 좋아하는데 전건우는 이 부분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내가 작가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괴담수집가>는 조금 실망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너무 동네 괴담처럼 허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단편집을 읽으면서 서늘하고 음침하고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은 표지인데 작가를 모른다면 표지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히치하이커(들)>은 한적한 산길을 차가 지나가는데 산에서 비린내를 풍기는 남자가 내려와 탄다. 라디오에서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차에는 두 남자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산에서 내려온 남자가 위험해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 검문소에서 이 남자가 보여준 행동은 아주 위험하다. 연쇄살인범 방송과 이 남자가 연결되고, 차 속의 두 남자와 작은 행동이 어느 순간 어긋나면서 예상외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잘 짠 트릭과 구성이다. <검은 여자>는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간과 기억을 뒤섞는다. 검은 여자로부터 달아나려는 남자와 그 남자를 뒤좇는 여자의 추격전은 전형적인 귀신 영화의 구조를 따라간다.


<마지막 선물>은 뭉클한 느낌이다. 과거 태풍이 몰아치던 날 있었던 무시무시한 경험을 들려주고, 이 단편의 제목이 지닌 의미를 반전으로 풀어놓는다. <취객들>은 늦은 밤 편의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다룬다. 진상처럼 찾아온 손님, 자신을 무시했다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손님,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성 아르바이트생만 노리는 살인범 뉴스 등이 엮이고 꼬인다. 알바생을 죽이기 위해 달려는 손님과 그 대결은 무시무시하다. 이 단편의 마지막 장면은 공포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다. <Hard Night>는 조폭의 비밀장부를 가지러 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 부패경찰 이야기다. 부패경찰에게도 사연 하나를 넣어주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아직 힘들고 긴 밤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구멍>은 구멍에 팔 하나가 박힌 남자 이야기다. 어떻게 이 팔이 박힌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와 왜? 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가 술이 들어가면서 바뀐다. 한때 아니 최근에도 심신상실이란 이름으로 술에 관대했던 일들을 돌아보게 한다. 이 관대함은 어느 순간 자신을 변호하고 옹호하는 벽이 된다. <크고 검은 존재>는 그슨대라는 악신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악신만 이야기 속에 다룬다면 괴물소설이 될 것이다. 작가는 왜 희수라는 여자가 깊은 산속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길을 잃게 되었는지를 같이 엮어 악신과 인간의 악함을 같이 엮었다. 그슨대를 그슨새로 읽은 것은 아마도 신비아파트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일곱 편의 단편들은 서술 트릭과 직설적인 공포를 같이 엮고, 스릴러와 귀신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섞었다. 낯익은 장면들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낯익음은 우리의 주변에서 항상 마주하는 공간들에서 비롯한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만났다. 다양한 직업과 사람들을 등장시켜 사회 문제를 비틀고 꼬아 서늘하게 느끼게 한 부분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이 있는데 과연 어떤 서늘함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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