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 산부인과
고다 도모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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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이 독특한 산부인과 의료진들은 대부분 LGBT다. 여기에 주인공 다치바나 쓰구오는 태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이 산부인과에 오기 전에 큰 시련을 겪었다. 실제 이 병원에 일하는 의료진들이 LGBT란 사실은 사회 인식이 최근에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들이 살아오면서 이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소설 속 상황에 적절하게 잘 녹여내었다. 너무 과한 감정 이입을 어느 정도 차단하면서 말이다.


첫 대목을 보면서 실제 이런 출산 장면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서퍼 부부의 출산 장면인데 남편이 출산하는 아내 앞에서 파도를 타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의사가 이것을 말리지 않고 같이 응원한다. 출산의 위험과 엄숙함을 생각하면 황당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행동들은 병원과 임산부 등이 합의한 것이다. 즐겁고 유쾌한 상황 속에서 큰 탈 없이 출산하고 병원의 아카펠라 합창단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쓰구오가 첫날 출근하면서 바로 경험한 일이다. 그리고 거구의 트랜스젠더 조산사가 출산에 임박한 임산부를 안고 달려오는 장면을 마주한다. 오케이 씨다. 오케이 씨는 이전에 쓰구오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이 산부인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온 쓰구오는 문화 충격에 휩싸인다. 오케이 씨나 다른 의사가 주고받는 용어들이 낯설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원장은 이 산부인과에서 스트레이트가 오히려 마이너리티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LGBT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자잘한 장난과 유머를 섞어 유쾌하고 즐거운 상황을 연출한다. 원장이 근육을 앞세우는 행동을 늘 하는데 왠지 만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모습 뒤에는 누구나 사회의 편견이나 실수 등의 과거가 숨겨져 있다. 조금씩 그들의 삶이 흘러나온다. 고개를 끄덕인다.


한 임산부가 나타나 출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쓰구오의 트라우마가 폭발한다. 이전 병원에서 그가 출산을 도와준 임산부가 산후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그 남편이 나타나 아내의 일기를 가지고 의사 탓을 한다. 의사로써 섬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지 모르지만 의사 탓을 하는 것을 말이 되지 않는다. 이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임산부를 마주하면서 쓰구오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육아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적나라하게 말한다. 심리상담 중에 아내와 남편의 서로 엇갈리는 부분들이 나오는데 보면서 순간 뜨끔한 부분이 많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잘 요약해서 다루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누군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너무 쉽게 의도하지 않는 임신을 한다. 작가는 이 부분은 다루지 않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힘든 지는 보여준다. 그리고 산후 우울증이 단순히 호르몬의 변화만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와 가족 간의 관계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많은 도움이 필요한 데 이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그 혼란과 두려움과 공포 등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아내의 출산 이후 이 장면들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무적의 능력처럼 보이는 태아의 목소리 듣기가 그 자체로 완벽한 능력은 아니다. 그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서 잘 적용할 때 그 능력이 빛을 발휘한다. 작가는 이것을 극적인 순간에 가끔 써먹는다. 그리고 태아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것은 쓰구오와 엄마와의 관계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소설 후반부에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 진심을 아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작은 표현과 작은 접촉이 진하고 강한 울림을 다가오고, 한발 더 성장한다. 이 성장은 나이와 상관없다.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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