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게임
제니퍼 린 반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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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억 달러. 462억 이 아니다. 한국 돈으로 하면 무려 55조 원이다. 처음 462억 달러란 단어를 보았을 때 <오징어 게임>의 456억 원이 떠올라 한화로 착각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금액을 갑자기 에이버리가 상속받았다. 이 거대한 부를 상속한 부자는 자신의 딸과 손자들에게는 소액의 유산을 남겼을 뿐이다. 에이버리에게 이 유산을 남긴 거부는 토비아스 호손이다. 에이버리가 만난 적도 없는 인물이다. 왜 그녀에게 유산을 상속했을까? 그가 남긴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엄청난 거액을 상속받으면서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날 것 같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때부터다.


에이버리는 엄마가 죽고,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이복 언니와 함께 산다. 학교를 열심히 다니지만 학비를 자신의 손으로 벌어야 한다. 이때 나쁜 일이 하나 생긴다. 언니의 전 애인 드레이크가 언니와 살겠다고 하면서 집에 들어온 것이다. 낡은 자신의 차에 머물겠다고 말하고 하루가 지났을 때 교장실에 불려간다. 그곳에서 그레이슨 호손을 처음 만난다. 그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에이버리가 유언장 발표에 참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보낸 편지를 그녀의 언니가 스팸인 줄 알고 찢은 것이다. 이렇게 두 자매는 텍사스 호슨 하우스로 가게 된다. 1등석에 앉아서.


호손의 유언장 발표는 훈훈한 보상으로 시작하여 경악으로 끝난다. 하인 부부에게 10만 달러씩 주지만 딸 둘에게는 반지와 나침반을, 네 명의 손자에게는 25만 달러를 상속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에이버리에게 간다. 단돈 몇 천 불이 없어 고민하던 그녀에게 이런 사실은 거짓말 같다. 모두가 황당한 듯하 표정을 짓는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호손의 죽음으로 거액을 상속받아 편안하고 화려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다. 물론 에이버리에게는 다른 의미이지만. 결코 좋은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유언장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이 집에 에이버리가 네 명의 손자들과 1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 왠지 수상하다.


거대한 저택에 비밀 통로도 많다. 호손 가의 네 남자들은 모두 멋진 남성들이다. 호손은 매년 집을 증축했고, 아이들에게 투자 등을 가르쳤다. 부족함이 없는 삶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노력이 보인다. 호손이 남긴 단서를 찾아 그가 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과정은 멋진 네 남자와 에이버리와의 접촉과 밀당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들 중 둘이 사랑했던 한 소녀의 죽음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간단한 책 소개를 보고 예상한 것과 다른 전개다. 상상도 못한 부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꾼다. 정보가 새면서 파파라치가 따라붙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이 그녀의 목숨을 노린다. 평범한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이 그녀 앞에 펼쳐진다. 물론 돈으로 알 수 있는, 상상만 했던 일도 가능하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에이버리와 호손의 관계다. 숨겨둔 손녀인가? 아니면 딸? 모르고 있다가 이제 발견했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맞지 않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호손이 게임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 가족의 숨겨진 비극도 하나 나온다. 이야기는 이렇게 엮이고, 욕망은 숨겨진 채 밖으로 조금씩 드러난다. 네 명의 손자와 힘을 합쳐 호손이 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 곳곳에 단서를 숨겨 놓았다. 그리고 네 명의 손자들과 에이버리의 로맨스 기운은 또 어떠한 가? <꽃보다 남자>가 소개글에 들어 있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된다.


제목에 게임이란 단어가 들어 있듯이 상속을 위해서는 이 게임을 풀어야 한다. 조건 중 하나가 손자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설정이 상당히 유혹적이다. 이 네 남성에게 끌리지 않는 여자가 없다는 표현도 나오지 않는가. 단순한 게임과 로맨스의 결합으로 진행하지 않고 작가는 여기에 상속자를 노린 살인 시도를 넣어 살짝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필요 이상의 소비 장면을 넣어 대리만족을 충분히 시킨다. 읽다 보면 낯설지 않은 설정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드라마로 제작 예정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지만 출연진을 가끔 보는 편인데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을 누가 맡을 지 궁금하다. 이 소설이 시리즈라고 하니 한 번 끝까지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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