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엔 라임 청소년 문학 53
김아영 지음 / 라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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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다. SF 소설이다. 청소년 문학에 SF 설정이 최근에 종종 보인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부분을 읽을 때는 선택을 잘못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까지 읽으면서 이 생각이 바뀌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를 비틀어 풀어낸 상상력은 박수를 칠 만하다. 개인적으로 <좀비 바이러스>와 <대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 두 편을 장편으로 개작했으면 좋겠다. 나머지 세 편도 뛰어난 가독성과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기의 인간>은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로드 킬>이 먼저 떠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생명체가 인간을 수집해 동물원처럼 만든다는 설정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동물원에 갇히면서 우리가 가두어 둔 동물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표제작 <미엔>은 우주에서 온 미엔인이 지구인과 공존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다. 제멋대로인 인간을 미엔인의 마을에 보내 미엔인으로 교체한다는 부분은 서늘하다. 마을에 머문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한 미엔인을 보고 놀라 정신 조작이 깨어진다는 부분과 미엔인이라는 착각이 불러온 기억은 결국 우리는 특별하고 다르다는 인식을 깨트린다.


<유로파>는 인간이 아직 가보지 못한 심해에서 발견한 룻이란 생명체와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엮었다. 여기서도 인간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다른 생명체를 거세하고 실험에 투입한다. 85년 동면이란 SF 설정을 같이 묶고,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당연시한다. 이것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너무 낯익다. <대화>는 인류가 멸망한 이후 외계생명체가 아이폰 속 데이터를 불러낸다. 시리다. 시리가 말하는 이야기는 외모 차별과 학내 폭력 등이지만 결국 친구였던 재원의 꿈이다. 인류가 멸망한 이후 인류가 남길 유산들을 생각하면 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더 필요하다.


<좀비 바이러스>는 읽으면서 가장 먼저 흔히 본 좀비물을 떠올렸다. 인간이 좀비가 되어 사람에게 달려드는 그 좀비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좀비 바이러스를 인간이 아닌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에 심었다. 자신이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안드로이드의 존재는 인간들에게 위협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안드로이드가 보여주는 행동은 예상하지 못한 몇 가지 상황을 만나면서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트린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가지는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변주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섯 편을 읽었는데 천천히 돌아보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일이거나 이미 마주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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