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얼마 전까지 해외 여행의 길은 거의 막혔었고, 국내 여행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이제 해외로 나가는 경우를 본다. 자가격리 면제는 나도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다. 이 팬데믹 시기에도 여행을 계속한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나갔지 하는 의문에 답은 간단하게 돌아왔다. 그 이전부터 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코로나 19 이전에 세계 여행을 떠났다. 국경이 막히고,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그는 열심히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어쩔 수 없이 긴 시간을 머물러야 했던 조지아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여행 에세이와 다른 느낌이다. 정보의 나열은 거의 없고, 감상도 간결하다. 반 이상을 사진으로 채웠다.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감탄하면서.


출발 전 저자가 엄마와 찍은 사진을 보는데 아주 해맑다. 그의 경로를 따라 가면 내가 여행한 곳도 나온다. 많은 도시와 나라를 여행한 그가 보여준 풍경 사진은 그 도시의 일상을 기대한 나의 기대와 다르다.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지만 글은 간략하다. 그가 인연을 맺은 사람들 몇 사람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만 나온다. 아쉽다. 하지만 긴 시간을 여행한 그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 기록은 소중한 것이다. 터키에서 그에게 버스표를 끊어준 선생님을 생각하면 여행자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음을 느낄 수 있다. 조지아의 꼬마들은 또 어떤가. 가슴 아픈 경험도 같이 나온다. 224일간 머문 조지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도 아쉽다. 몇 년 전 이곳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궁금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여행을 시작한 저자가 카우치 서핑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정보에 놀랐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에 그가 번역기를 돌리면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히치하이킹 경험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경험 정도로 시도했는데 나중에는 필요에 의해 한 모양이다. 카우치 서핑과 히치하이킹으로 세계를 여행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비용과 시간과 자신만의 공간 등을 감안하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읽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간다. 내가 그처럼 20대였다면 어떤 여행을 했을까? 아마 떠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배낭 두 개를 매고 사진을 찍은 그의 모습과 깔끔하게 차려 입고 찍은 여행지 사진은 상당히 비교된다. 그 배낭 속에 그 옷들이 들어있었던 것일까?


582일간의 세계여행은 서쪽으로 나아가다 코소보에서 막힌다. 그가 조사한 내용과 현지 사정이 달랐던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터키에서 파키스탄 친구를 만나 화상 통화하는 것을 보고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보고 그의 둔감함에 조금 놀랐다. 나도 이런 사람 중 한 명이란 자각에 뜨끔했다. 여행에세이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여행 포토에세이에 더 가깝다. 그가 조지아에 대해 풀어낸 감상들을 보면서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더 나오는 이야기는 없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사진에 감탄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이런 내밀한 사연이 생략된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울었다는 글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공감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팬데믹이 끝난 후 다시 행복한 여행길을 떠난 그의 소식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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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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