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바통 4
김이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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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작가가 요가를 소재로 쓴 글을 모은 단편집이다. 바통 시리즈 4권인데 이번 앤솔로지를 읽고 이전 시리즈에도 관심이 생겼다. 아마 기회가 닿으면 이 시리즈를 한두 권 더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단편집을 읽기 전에 김혜나의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을 읽고 요가에 관심이 갔는데 바로 이 단편집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작가들의 이름이 보여 약간 주저하다 선택했다. 그러다 잊고 있던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잠시 이전 기억을 되살렸다. 집에 책만 있고 저질 기억력에 따르면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의 단편도 실려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재밌게 읽었다.


이 단편집의 작가들이 모두 요가를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김혜나와 정지향의 글을 보면 전문적으로 배웠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다른 네 명의 작가는 이 단편집에 참여하기 위해 요가에 다시 발을 딛은 사람도 있다. 각자의 경험이나 단편집 참여 등으로 이들의 글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최정화의 단편에서는 요가란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그림과 동작과 요가를 소재로 한 단편임 감안하면 요가 동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대 요가 구루들이 저지른 성추행과 성폭행의 기록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광범위해서 놀랐다. 동작과 호흡을 강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무협을 떠올린 것은 내 취향 탓일 것이다.


요가를 우아한 행위 정도로 생각한 아줌마의 시선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단편이 김이설의 <요가 하는 여자>다. 태권도 학원에서 태보와 요가를 가르치는데 이 단련법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다. 새로운 회원을 데리고 오면 할인해주는 방식 등 낯익은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 김혜나의 <가만히 바라보면>은 어떤 대목에서는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의 연장선이란 느낌이 들었다. 트랜스젠더와의 교류와 자신이 경험한 수련법을 뜨거운 파타야의 열기와 뒤섞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오래 전 땡볕 속 파타야를 배낭 하나 매고 걸었던 그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수련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매혹적이다.


박생강의 <요가고양이>는 이제 기억도 희미해진 <수상한 식모들>을 잠시 떠올려주었다. 팬더믹 이후의 삶과 엮어 한 편의 판타지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가의 기원을 이집트로 보고,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란 설정을 묶어 풀어내는데 재밌다. 장편으로 발전시켜도 좋을 것 같다. 박주영의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도 팬더믹과 요가를 엮었다. 안식년에 해외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팬더믹이 발생해 집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층간 소음이 발생한다. 오해와 이해 사이를 오가고, 바뀐 일상이 삶을 조금씩 무너트린다. 갇힌 일상 속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을 요가와 자연스럽게 엮었다.


가장 낯선 작가가 정지향이다. 처음 읽는다. <핸즈오프>는 요가 수련자에게 스승이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에 반대되는 행위다. 현대 요가의 탄생과 부작용에 대해 짧게 보여주고, 올바른 동작을 도와주는 핸즈온의 좋은 점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도움의 손길이 다른 쪽으로 흘러갈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미숙한 선생의 핸즈온이 불러온 이후가 씁쓸하다. 최정화의 <시간을 멈추는 소녀>는 제목을 보고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바로 떠올랐다. 지구온난화와 인간의 무차별 자원개발을 북극의 가상부족 소녀를 등장시켜 강렬하게 표현했다. 만년설이 녹은 후 얼음 밑에 있던 온갖 세균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뉴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시간이 멈추는 것이 국지적인 현상이란 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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