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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입니다
박길영 지음 / 온유서가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작고 아담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귀농한 농부의 에세이란 사실이 선택의 이유였다. 귀농 후 그가 겪게 될 농사의 어려움과 일상을 사실적으로 들려줄 것이란 예상을 했다. 이런 예상은 일부만 맞았다. 작가가 7년 동안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귀농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읽고 내 머릿속에는 고시 등을 준비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검색하니 작년도에 전북도민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다. 목회활동을 하다가 귀농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예상과 다른 공부였다. 책 속에 있는 그대로 적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정확한 표현이 생략되어 있다. 약간 아쉽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자기계발서 분위기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농부 박길영은 단순히 농사만 짓지 않는다. 활발하게 SNS를 하고, 방송 출연과 강연도 열심히 한다. 방송 중에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재방송으로 본 프로그램이다. 다시 인터뷰 내용으로 돌아오면 웨딩싱어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노래 실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이런 부수적인 활동에 눈길이 많이 가는 것은 이런 경험들이 그의 현재 활동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자격증 시험에 열심히 도전한다. 합격할 때도 있지만 불합격할 때도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그는 이 불합격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전 열정이 대단하다.
작가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모양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달랐다”고 한 부분은 처음 농사 지을 때 수많은 선배 농사꾼들의 조언과 맞물린다. 농사 짓은 땅이라고 모두 같은 땅이 아니다. 지력이나 토질 등에서 차이가 난다. 땅에 맞게 농사를 심고, 가꾸어야 하는데 그는 무지했다. 다행이라면 이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농사에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누군가 틀린 게 아니라 모두가 다른 것’이라고 한 문장에 눈길이 간다. 다른 것에 눈길이 간다는 것은 작은 변화와 성장의 시작점에 섰다는 의미다. ‘고마워’란 단어에 영혼을 담았다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매일 날씨가 좋으면 좋겠다고 우린 쉽게 말한다. 그런데 농사 짓는 입장에서 매일 날씨가 좋으면 문제가 많다. 비가 올 때는 와야 하고, 추울 때는 아주 춥고 눈도 와야 다음 해 농사가 잘 된다. ‘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된다.’는 도시인들의 뭐 모르는 소리다. 논둑에 키운 옥수수가 잘 자라면서 밭에 옥수수를 심겠다는 그를 말린 선배 농부의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인용 가능한 좋은 에피소드다. 음식 솜씨가 좋아 식당을 열겠다는 사림에게도, 하나의 우량주에 몽땅 투자하겠다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지금 보이는 달콤함이 항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현실에는 없다. 그가 농부 생활 3년에 이제 조금 안다고 하는 순간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는데 왜 수많은 경험을 가진 농사꾼들이 농사가 어렵다고 하는지 잘 알려준다.
사실 농촌에 대해 잘 모른다. 농사는 더욱 모른다. 얼마 전에 한국 농어촌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끔 보는 방송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보여도 방송은 그들을 배경처럼 처리한다. 중년의 한국 사람을 인터뷰해도 젊은 외국인 노동자는 말 한 마디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짓는 농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은 농사라 가족과 기계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들을 말하지 않은 것일까? 귀농 농부의 농사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왠지 교훈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글처럼 다가온다. 이런 종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밑줄을 그을 글들이 많다. 어떤 글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하우스와 스마트 팜으로 제철 과일이 사라진 현실을 말할 때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지금이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