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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평점 :
작가 레이먼드 조는 자기계발서 작가다. 이 분야를 잘 읽지 않는 나도 익숙한 제목의 베스터셀러 작가다. 이런 그가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이 단순한 이력만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영상 및 문화 콘테츠 작가 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까지 들으면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소설 속 장면들이 영상 이미지로 다가온 것도 이런 이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른 장면 전개와 캐릭터의 힘을 살린 이야기는 끝까지 시선을 놓지 않게 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예전에 본 영화 <비트>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주인공 바람의 나이도 19살이다.
하드보일드 성장소설을 표방한다고 한다. 낯선 조합이다. 무책임한 엄마 밑에서 자란 바람은 타고 난 싸움꾼이다. 엄마가 쓴 사채 때문에 조직 폭력배 백기를 만난다. 백기는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무서운 남자다. 그는 단순한 조폭을 벗어나 더 위로 올라가길 바란다. 그 전 단계로 조직을 만들고, 다른 조직을 무너트리고, 자신의 관할지역을 확장한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백기 밑으로 들어간 그는 탁월한 싸움 실력을 발휘해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된다. 그의 성공은 어린 조폭 유망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이 성공이 낯설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 군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 조폭의 아주 이상하고 소박한 소원이다.
바람은 스스로 똑똑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배운 지식의 대부분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다. 엄마의 사채 이자를 받으러 온 조폭에게 한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바른 정보가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된다면 사회가 얼마나 좋겠는가. 그는 엄마를 위해 청소하고 밥하고 알바를 한다. 학교 짱이란 이미지는 그가 바란 것이 아니지만 알바를 잘리게 한다. 이렇게 사회를 조금씩 배워가는 그에게 백기가 보여준 세계는 또 다른 세계다. 연예인을 닮았다는 말에 화를 낼 정도의 미모를 가진 텐프로 클럽에서 그는 피아노를 치는 영선에게 끌린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런 그녀가 5번 룸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보스인 백기도 사라졌다. 백기와 대립하던 혁철이 그 조직을 흡수한다. 백기가 영선을 죽였을까? 이 소설에서 재미를 주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VIP 전용 클럽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조용히 묻힌다. 범인이 백기라고 경찰이 생각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 흡수된 조직에서 바람은 팀장에서 똘마니로 전락한다. 그러다 클럽의 마담에게서 그 방에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를 찾아간다.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가 잠깐 도움을 준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 잠깐의 도움이 그가 사라진 후 악몽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현실의 또 다른 이면이다. 나중에 영선의 사연이 흘러나올 때 인간의 선과 악이 얼마나 쉽게 바뀌는지 나온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짧게 운만 띄우는 방식이 더 잔혹하다. 그런 곳에서도 선의가 넘치는 곳이 존재한다. 이 희망이, 선의가 삶을 이어가게 한다.
액션으로 가득하다. 싸움꾼 바람의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액션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이 순수한 마음에 다른 능력이 뒷받침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액션은 눈을 떼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혼자다. 형을 통해 세상의 일부를 배웠다고 하지만 노회한 인간들의 컴컴한 속내까지 짐작하기에는 너무 순진하다. 이 순진함이 그를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간다. 작가는 이 위기 중 하나에서 현실에서 실재 일어났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 폭력범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잘난 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5번 룸에서 일어난 사건을 둘러싼 현실의 진행도 그런 식이다.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는 것도, 용의자를 데려와 질문하는 것도 막혔다.
바람은 조폭이 되면서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의 무기인 죠스를 들고 수많은 조폭들과 용병들과 싸우면서도 살인은 저지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과자가 되면 군대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무언가를 지시하기보다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공부는 못하지만 작은 정보는 잘 기억한다. 형의 말은 그에게 좋은 교육 자료다. 공부는 못했지만 그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과정에 보여준 모습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반전처럼 펼쳐지는 몇 가지 사실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를 주고, 현실의 사건을 적절하게 녹여내면서 공감할 대목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