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두근거리는 예언
류잉 지음, 이지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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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대만 로맨스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데 가끔 표지나 책소개에 혹해 읽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도 표지와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 본 후 끌려 선택했다. 여기에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란 소개와 타임슬립이란 설정이 눈길을 끌었다. 로맨스는 별로이지만 판타지와 타임슬립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니 더 매력적이다.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읽은 소설은 상당히 가독성이 좋았다. 고등학생들의 밀당과 사랑이 눈길을 끌고, 커쉰이 꾼 예지몽이 과연 현실이 될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설의 마지막은 나의 예상은 뒤집었다.


대만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등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전교 석차를 게시판에 공지한다고 한다. 한때 한국도 이런 학교들이 상당히 많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 석차 공개가 사회 문제가 되면서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커쉰은 우등반에 들어갔는데 공부보다 그림에 더 관심이 많다. 엄마는 딸이 공부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이혼 후 혼자 열심히 힘들게 딸을 키운 엄마의 바람은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을 닮았다. 좋은 대학이 밝은 미래를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지만 더 쉬운 삶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현실인 곳에서 성적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의 이런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고,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바뀐다. 커쉰의 경우는 버스 사고다.


서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커쉰은 브레이크 고장난 차를 타고 있었다. 운전수는 브레이크 고장을 말하고 빨리 내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커쉰은 내리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다. 정신을 차렸는데 1년 뒤 보통반에서 기절한 후 깨어난다. 1년 동안의 기억은 사라졌다. 그 1년 사이에 엄마는 재혼을 했고, 커쉰은 바이상환을 사귀고 있다. 상환은 그녀가 지각했을 때 몰래 담치기 하는 것을 적발한 선도부 학생이다. 우등반이 아니면서 전교 석차 3위에 늘 이름을 올린다. 사고 며칠 전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친 빙쉰과 헤어졌다. 그녀의 남친을 뺏어간 여자는 같은 우등반 신위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빙쉰의 여친은 다른 여자고, 커쉰이 상환을 사귀는 것을 질투한다. 상환도 이것을 보고 화를 낸다. 그리고 차에 치여 죽는다. 현실에서 다시 깨어난다.


불행한 꿈이다. 이 예지몽처럼 미래가 펼쳐질까 두렵다. 우등반에서 강등해 보통반으로 옮겼는데 그 반이 상환의 반이다.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가 엄마의 고등학교 남친이었다는 사실과 꿈속에서 그 아저씨가 새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있다. 꿈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꿈속 상황과 현실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큰 흐름에서 하나씩 맞아들어간다. 새롭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에 한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이런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다. 현실적인 고등학생의 일상과 풋풋한 사랑 이야기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우등반이 아닌 보통반으로 배경을 옮기면서 훨씬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 소설은 작가의 학창 시절 경험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읽다 보면 한국 연예인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본 문화도 뺄 수 없다. 예전에 읽었던 대만 소설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괜히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두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는 커쉰의 엄마가 경험하는 어른의 연애와 분명히 결이 다르다. 아직 순수함이 가득하고, 예지몽의 두려움이 남아 있다. 상환이 말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풋풋한 사랑은 언제나 즐겁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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