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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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이 작가의 다른 단편집 <기요틴>의 표지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살짝 궁금했는데 그냥 넘어갔다. 이후 잊고 있었는데 ‘삶과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이란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했다. 기담의 경우 즐겨 읽는 장르는 아니지만 상당히 꾸준히 읽는 장르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기담을 넘어 공포를 강하게 품어내는 단편도 있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완성도란 측면에서 보면 조금 부족하다. 작가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간 것도 있지만 읽다 보면 반전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형식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담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버릇>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실제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대로 소설을 읽었는데 그렇게 강렬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화자가 먹기 싫은 우유를 책상 속에 숨기는 버릇을 보면서 나의 버릇을 생각해봤다. <죄악>은 매정하게 이별을 고한 남친이 느끼는 죄책감과 공포를 점진적으로 잘 표현한다. 뻔한 상황이나 장면도 눈에 자주 들어오지만 그가 느낀 죄책감 묘사가 눈길을 끈다. 비겁한 변명과 정면에서 마주보고 그 상대를 대우하지 않은 그는 반작용을 제대로 받는다. 역시 뻔한 결말이지만 그의 심리 묘사가 재밌다.


<악몽 그리고 악몽>은 정신과 의사가 내 준 약을 먹고 매일 악몽을 꾸는 남자 이야기다. 그가 꾸는 수많은 악몽이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진짜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멋진 설정이다. <고향>은 잔잔하고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이게 왜 기담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면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잊고 있던 과거가 현실을 만나 펼치는 서늘함이 생각보다 많다. 잠시 어린 시절을 뛰어놀던 그곳이 떠오른다.


표제작 <카데바>는 읽기 전까지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해부용 시체를 뜻하는 의학 용어인데 시체에 매혹된 남성의 광기가 강하게 머릿속에 파고든다. 서늘한 감정보다 엽기적인 감정이 먼저 다가온다. <별장괴담회>의 마지막 문장과 사진은 소설보다 가공된 에세이 느낌이 더 강하다. 사실의 변형이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한 편의 단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의 오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고 하는데 이 표현을 순진하게 그대로 믿기엔 나의 의심이 너무 많다.


<포식>은 트라우마가 빚어낸 상황이 강렬하다. 현실에 대한 반발이 생각의 흐름을 왜곡한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다는 아홉 개의 목숨과 잔혹한 사실이 머릿속에서 참혹한 이미지를 만든다. 역시 예정된 결말고 이어지는데 알고 있다고 그 서늘함이 사그라들지는 않는다. <네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지독한 삶의 반복과 재생을 네 명의 여자 사연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공포보다 이 불행한 그들의 과거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와 엮인다. 그들의 고백을 하나씩 풀어낸 마지막 장면은 가슴 아프다. 그들이 그들의 삶에서 반복을 끊어낸 방식은 정말 최악의 방법이다.


<연애상담>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과 신문기사를 이용해 구성한 단편이다. 한 여성의 연애 사연을 올리면서 마지막에 한 방 크게 펀치를 휘두른다. 보통 단편에서 사용하는 마무리에서 한 발 더 내딛는다. <유서. m4a>는 자살한 딸이 남긴 mp3 파일을 듣는 엄마의 감정을 비현실과 엮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든다. 홀로 남은 엄마가 느낀 깊은 절망과 슬픔이 가슴에 와 닿는다. 왠지 <네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와 다른 평행 우주 속 한 장면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지만 낯익은 이야기들이 많다. 아쉬움과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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