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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평점 :
전편 <버드 박스>를 보지 않았다. 그 제목에 대해서는 어딘가에 자주 본 듯한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버드 박스>를 기억하고 있고, 소개글이 매혹적이라 이 소설을 선택했다. 약간의 지루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쓸 데 없는 기우였다. 몇 곳에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지만 아주 잘 읽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속도감이었다. 보기만 해도 사람을 미치게 하는 존재와 그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기존에 본 영화 등의 이미지와 결합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떤 이야기는 읽으면서 가슴 한 곳을 쥐어짜는 듯한 공포와 슬픔을 느끼게 했다.
두 아이들과 맹인학교 머물던 맬로디는 사람들이 미친 것 같은 상황을 듣고 그 곳을 벗어난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먼 길을 떠나 그들이 정착한 곳은 여름캠프다. 근처에 사람들이 없다. 항상 눈을 가린 채 힘들게 산다. 맹인학교를 떠날 때 여섯 살이었던 톰과 올림피아는 이제 열여섯 살이다. 사춘기를 보내는 시간이다. 이 아이들의 청각은 구세계의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늘 안대를 한 채 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리처 때문이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미친다. 맬로리의 언니도 그것을 본 후 가슴에 가위를 꽂고 죽었다.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연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이 자살이다.
톰은 도전적이다. 크리처에 대한 두려움에 안대를 하고 온몸을 가린 채 생활하는 맬로리는 톰이 시도하려는 행위가 아주 위험해 보인다. 당연히 말린다. 톰은 맬로디가 주입한 공포에 짓눌려 있지만 반발감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남자가 캠프에 온다. 그는 인구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는 맬로디는 이 남자를 믿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기록한 자료를 문 앞에 둔 채 떠난다. 그리고 올림피아가 이 기록 중 일부를 읽고 맬로디의 부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여기에 눈이 없는 기차 이야기를 읽는다. 모두가 눈을 가린 세계에 기차가 다닌다고? 부모님이 살아 있다고? 맬로디는 다시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눈이 없는 기차는 창문을 모두 가린 기차다. 승객들이 창밖을 볼 수 없다. 물론 객차의 사이를 지날 때 밖을 볼 수는 있다. 만약 그때 크리처를 본다면 미친다. 정해진 선로를 달리는 기차이기에 운행이 가능하다. 선로에 물건 등이 놓여 있으면 치워야 한다. 이 기차의 속도는 현재 우리가 타는 기차의 속도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그 속도를 생각하고 읽다 보니 맬로리 일행이 기차에 탈 때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아주 느리다. 이 느림이 눈을 뜨고 살고 있는 우리에겐 느리지만 눈을 가린 그들에게 엄청난 속도다. 캠프에서 기차역까지 50킬로미터를 가는데 3일이나 걸린 것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 가능할 것이다.
정해진 곳을 오고 가는 기차 안에서 승객들 중 일부는 안대를 벗는다. 창밖을 보는 행동은 아주 위험하기에 하지 않는다. 맬로리는 안전한 기차 안에서조차 안대를 벗지 않는다. 공포와 두려움이 그녀를 완전히 사라잡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닿는 것도 두려워한다. 혹시 크리처가 맨살에 닿았을 때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눈을 가린 채 그들이 캠프에서 살 때 줄은 잡고 이동한 것을 생각하면 낯선 곳은 아주 위험하다. 안대를 벗어라는 기차 운행자의 요구도 무시한다. 처음에는 가명을 말했다가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 듣고 진짜 이름을 말한다. 상실의 고통과 공포가 연대감을 형성한다.
인구조사원이 남긴 기록은 이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맬로리가 캠프를 떠나게 했고, 톰과 올림피아는 다른 생존자 소식에 매혹된다. 톰이 매혹된 인물은 크리처를 봐도 자살하지 않았다는 여성이다. 그녀가 머무는 곳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주장은 아주 매력적이다. 톰이 생각할 때 억압적인 엄마의 주장에 대한 반발심이 후반부에 긴장감을 높인다. 엄마가 주입한 공포가 조금씩 퇴색한다. 어른에 대한 반발심과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엮여 만들어낸 상황이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진 의문 중 하나가 풀렸지만 다른 의문도 역시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인 식량에 대한 것이다. 전편 <버드 박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기는데 영화라도 먼저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