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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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친 소설이다.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이란 부제를 붙였는데 원제는 “LAST DAY”다.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그녀의 언니인 케이트인데 며칠 연락이 되지 않아 경찰과 함께 집에 왔다가 동생이 죽은 채 있는 것을 발견한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언니 케이트가 가장 유력한 범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 등이 23년 전 있었던 사건과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때 그 자매를 구했던 형사 코너가 이번에도 담당한다. 그가 생각한 첫 번째 용의자는 바로 베스의 남편 피터다. 그런데 피터는 베스가 죽었을 당시 친구들과 요트를 타고 바로 나갔다. 이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사망추정시간이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종류의 소설이 아니다.


23년 전 두 자매의 아버지는 도박 빛 때문에 아내에 대해 청부살인을 요청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두 딸이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다. 딸들은 엄마가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후 두 딸의 삶의 방식은 갈라진다. 언니 케이트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과학을 신봉하며 자신의 삶을 살고, 동생 베스는 22살에 남편 피터를 만나 딸 샘을 낳고 잘 살았다. 이런 베스의 가족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피터에게 어린 연인이 생기면서부터다. 그녀는 두 자매가 뽑은 큐레이터 니콜라다. 이 둘이 어떻게 연인이 되었는지, 어떤 감정인지에 대해서는 피터의 독백 속에 간결하게 요약되어 나온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아내 베스가 알게 되는 상황 등이 엮이면서 가정은 불안정해진다. 이 불안정한 가정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불안한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임신 6개월, 뛰어난 미모, 대외적으로 좋은 갤러리 원장, 자원봉사 활동 등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인물이 베스다. 누구나 처음 생각한 범인은 남편이지만 그의 알리바이는 견실하고, 자신 스스로 거짓말 검사를 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 있다. 물론 그의 불륜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재미난 구성 중 하나인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통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물론 많은 추리소설에서 이 장면을 반전의 도구로 삼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베스와 관련된 친구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흘러나온다. 케이트가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서 한 장의 누드화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숨겨진 비밀의 문이 열린다.


한 여성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이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라 가지 않는다.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 목소리의 결합으로 한 여성의 삶이 조금씩 완성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생의 숨겨진 비밀, 깨어진 가정으로 고통받는 딸, 23년 전 사건으로 다시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경찰 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과학수사가 벌어지지만 그 수사와 증거에 집착하지 않고,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강렬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 각자의 사연이 변호처럼 이어지면서 드러나는 범인의 모습은 예상 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언제나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참혹했던 경험을 한 케이트가 다시 겪는 상실감은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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