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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재밌다. 엄청나게 가독성이 좋다. 우연히 살인을 하고, 이것이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소설도 그런 종류다. 다만 살인과 명상을 엮어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형사 전문 변호사 비요른이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내가 권한 명상 수업을 들은 후 삶의 변화가 생긴다. 그의 주 고객은 드라간이라는 조폭 두목이다. 이 두목이 평범한 조폭이라면 삶과 일을 어느 정도 배분하면서 살 수 있겠지만 드라간은 그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수많은 사고를 치고, 이 뒤수습은 변호사가 맡아서 한다. 고액의 수입을 보장하지만 업무 스트레스는 최고치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딸과는 만남이 제한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명상은 그에게 새로운 해결책이다.
긴 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면서 참을 인(忍) 자 세 개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호흡으로 감정을 조절한 결과 살인으로 이어진다. 이 살인은 딸과 함께 주말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드라간이 아이스크림을 말하면서 시작했다. 이 암호는 아주 급하다는 의미다. 딸에 대한 협박도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참는다. 그가 그렇게 급하게 그를 찾는 이유는 드라간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스쿨버스에 탄 아이들이 봤고, 영상이 공개된 탓이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아이스크림 차에서 만난 후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비요른의 차 트렁크에 몸을 숨긴 채 밖으로 나간다. 드라간의 소리를 아이가 듣지 못하게 음악을 크게 튼다. 여행지 호텔에 도착해서 트렁크를 열어놓아야 하는데 평화로운 명상의 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인다. 무더위에 트렁크 안 온도는 엄청나다.
이 첫 살인이 있은 후 사체 처리를 하는 장면은 끔찍하다. 사체가 발견되면 그는 중요한 용의자가 된다. 처음이라 작은 실수가 생긴다. 드라간의 반지를 낀 손가락을 새가 물고 간 것이다. 드라간의 부하들에게 그가 살아있는 척해야 한다. 잠적한 드라간의 엄지에 묻은 D과 타블로이드 신문은 암호문으로 작용한다. 드라간의 운전수 사샤에게 그날 밤 사건의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누가 봐도 함정을 판 것이다. 이 위험은 비요른에게도 계속 일어난다. 누가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드라간이 살아 있는 척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의 죽음이 드러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사건은 꼬이고 꼬인다.
요쉬카 브라이트너가 준 책과 그의 수업은 비요른이 마주하는 위기 때마다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목차는 모두 명상 책과 연관 있다. 조폭의 무시무시한 살인 행위에 대비해서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유치원이 있다. 비요른도 딸 에밀리를 유치원에 입학시켜려고 한다. 30곳이 넘는 곳에 신청서를 넣었다. 그 중 한 곳이 드라간이 매춘시설로 바꾸려고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빠가 조폭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란 이유로 입학 거절 편지를 보낸다. 아내가 크게 노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드라간의 손가락이 있다. 건물에 대한 드라간의 용도를 바꾼다. 그리고 유치원 재단의 비리를 발견해 드라간 조직이 인수하게 만든다. 그 과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작은 폭력(?)이 있었다. 이 소설은 이렇게 곳곳에서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그런데 무섭기보다 코믹하다.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어가는 것도 있지만 캐릭터의 반전도 무시할 수 없다. 조금의 주저도 없이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조폭이 유치원 입학 문제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경찰은 또 어떤가. 이 상황을 보면서 한국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몇 년 동안 대기를 타야 하는 현실이 떠올랐다. 자신의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명상을 수련하면서 그가 마주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약간은 도식적인 느낌도 있지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마주한 마지막 장면은 기대했던 반전으로 마무리한다. 그렇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많다. 당연히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다. 후속작들이 나왔다고 하니 빠른 번역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