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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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상 수상작이다. 파키스탄 훈자를 배경으로 배낭여행 온 다섯 명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다섯 명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점들이 생긴다. 각자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현재가 겹쳐지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다섯 명은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르다. 한국에서 만난 적도 없다. 같은 것이라면 각자의 사연을 안고 훈자에 여행 왔고, 장기 체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읽다 보면 의외의 과거가 흘러나온다. 그 과거가 시선을 잡아당기고, 현실의 관계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김설. 28세 중학교 국어 교사다. 그녀는 오후를 좋아한다. 술은 마시면 후를 보는 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휴가 기간 동안 여행하다 훈자로 흘러와 장기간 머물고 있다. 그녀의 과거는 유부남 연극배우와의 사랑이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교대를 졸업 후 교사가 되었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권위적인 남자였다. 여행과 후와의 만남이 과거와 떨어지는데 도움을 준다. 설과 함께 도미토리에 자는 언니가 32세 영상 번역가 남하나다. 훈자에서 노브라도 돌아다니면서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다. 한국에서 키스방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곳에서 단순히 키스만 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노골적인 행위가 많다. 유학 경험이 그녀로 하여금 여행과 돈벌이가 가능하게 한다. 그녀가 마지막에 보여준 장면은 섬뜩한 미래의 한 모습이다.


40세 소설가 최낙현은 몇 권 소설을 내놓았지만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소설가의 아내라는 사실을 좋아했던 아내가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는 남편을 떠났다. 떠나기 전 기숙사 야간 사감을 했는데 그는 사고와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하나의 몇 가지 모습에서 아내의 흔적을 발견하고, 약에 취해 하나에게 실수한다. 그의 이야기 몇 개는 출판계의 병폐를 드러내고, 소설가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 보여준다. 훈자로의 여행은 출판사의 소설가 여행 에세이 기획 때문이다. 가장 어린 22살의 전나은은 대학생이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착하고 평범한 여대생이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과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태위태한 모습이 가득하다. 손목의 자해자국을 가리기 위해 문신을 했다. 남들처럼 보이기 위해 그녀는 연기한다.


29살 여행자 오후. 외계인 게임을 만든 인물이다. 그도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약에 취해 하나와 자고, 나은과는 같은 호텔에서 머문다. 설의 감정이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그가 만든 외계인 게임은 하나의 상황을 만든 후 다수와 소수를 가리는 것이다. 소수가 외계인이다. 다섯 명의 여행자가 낸 섬뜩하고 기발한 몇 가지 상황과 설정은 서늘하고 선택의 극단으로 몰아간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선택의 이유로 흘러나올 때 이들의 삶이 조금씩 보인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후와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후의 과거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지만 그가 선택한 세계 여행의 길은 힘겨워 보인다. 그가 해시시를 피우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다섯 여행자의 평이한 일상을 나열한 것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과거사가 교차한다.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들은 아주 가독성이 좋다. 예상 외의 과거가 흘러나오지만 그 과거가 모든 것을 뒤흔들 정도로 거대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당사자에겐 다르겠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여행을 간 그들이 결코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다시 현실이다. 만남을 통해 그 과거의 한 자락을 벗겨낼 힘을 발견한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꿈꾸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지금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 이 소설을 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훈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오래전 계속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 태국의 작은 마을이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그들의 사연이 뒤섞이고, 에필로그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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